3일 아침, 통영 광도초등학교를 지날 때 한 학부모가 무상급식 피켓을 들고 있었다.

개인이나 집단의 재산 문제 외에 이렇게 집요한 시위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통영 각 초등학교 앞에서는 매일 이런 시위가 열린다.

'무상급식 원상회복'이란 글을 써 인증 샷을 밴드에 올리는 릴레이 피케팅 시위는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통영에서 수백 명이 동참했다.

누구는 무상급식 반대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고, 통영 광도면 한 사찰에 머무는 스님은 홍 지사를 '억준표'라고 비난하면서 통영시내 등 곳곳에서 삼보일배 중이다.

통영시청 앞에는 학부모들이 5000원, 1만 원을 갹출해 만든 수백 장 노란 현수막이 거리를 메우기도 했다. 시의회에서 관련 내용이 심의될 때는 떼를 지어 의회를 찾았고, 본회의에 상정될 때는 시의회 출입을 막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었다. 선거가 있었다면 살아남을 정치인이 있을까 싶다.

강단과 독함이 어디에서 나왔기에 이들이 시위를 멈추지 않는 걸까. 누구는 SNS에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일'이라며 질긴 힘의 원천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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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이 일상의 수다를 멈추고 정치 수다로 옮긴 것이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시위에 참석해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니 속이 뻥 뚫어지면서 '동참=재미있는 일'이 됐다는 주장, 나서면 심판할 수 있다는 걸 알아채고 이제는 시민 무서운 줄 알게 해야 하므로 멈출 수 없다는 것이 이유란 주장도 들을 만하다.

"고맙게도 홍 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하면서 학부모들에게 거부와 저항, 시민의식을 일깨워줬다"는 홍준표 지사가 친히 만들어준 그 힘이, 시위를 계속하게 하는 원천이라는 말에 나는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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