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유일 국가지정병원 음압병실 보수공사…메르스 의심 증상 사천 50대 정밀조사서 '음성'

전염병이 급속하게 퍼졌을 때 환자를 격리해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태부족이어서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계속 느는 상황에서 안전지대가 아닌 경남은 더 심각하다.

3일 사천에 사는 50대 남성이 고열 등 메르스 의심증상을 보여 격리병원에 후송됐으나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났다. 경남도 복지보건국은 중동 두바이를 거쳐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를 한 달여 동안 다녀온 ㄱ(51) 씨가 의심 증상을 보여 매뉴얼에 따라 병원에 격리했고,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의 메르스 확진 여부를 위한 정밀조사에서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경남에서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였으나 음성 판정이 난 이는 ㄱ 씨를 비롯해 모두 4명이다.

도가 조사한 결과 ㄱ 씨는 회사동료 19명과 함께 지난 4월 21일 나이지리아로 출장을 떠났다가 지난 5월 24일 두바이에서 하룻밤 묵고 25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아무런 증상이 없던 ㄱ 씨는 지난 2일 밤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으며, 3일 오전 9시 30분에 보건소에 신고했다.

경남도 박권범(가운데) 복지보건국장이 3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 발생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다행히 이 남성은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의 메르스 확진 여부를 위한 정밀조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됐다. /표세호 기자

보건소 역학조사팀이 기초조사를 했을 당시 열이 39도로 측정돼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하고, ㄱ 씨를 격리지정병원으로 이송했다. 보건당국은 ㄱ 씨 가족 3명을 자택에 격리 조치하고 나이지리아에 함께 다녀온 동료 19명에 대해 모니터링과 함께 역학조사를 벌이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었다. 다행히 음성 판정으로 경남지역은 메르스 공포에서 한발 비켜나게 됐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격리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손에 꼽을 정도로 턱없이 적다는 게 문제다. 전국 17개 병원에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이 지정돼 있는 데 심각한 호흡기 전염병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음압시설(주변보다 기압이 낮아 바이러스가 빠져나가지 않게 만든 시설)이 갖춰진 병상은 105개뿐이다. 1인 1실 치료기준에 맞추면 더 적어진다.

경남과 인근 부산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도내 7개 병원에 격리병실이 175개 있긴 하지만 음압시설이 있는 병상은 3개 병원에 13개(10실) 뿐이다. 특히 경남에 하나뿐인 국가지정병원 음압병실은 필터교체와 공조설비 보수를 하고 있다. 이 병원 공사는 17일 마무리된다. 이 때문에 ㄱ 씨는 가까운 이 병원이 아니라 더 먼 곳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었다.

부산의 국가지정병원은 6년째 공사 중이서 음압시설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이 병실 부족으로 경남이나 부산에 격리환자가 다 차면 인근 울산과 대구·경북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감염병 치료를 할 수 있는 격리병실 부족으로 에볼라 같은 전염병 대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대해 박권범 복지보건국장은 "병상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인 환자만 음압병상에 가면 된다.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서 국가지정병원이 아니더라도 음압시설이 있고 전문의료진이 있는 격리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내 한 격리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 있지만 매뉴얼에 확진 환자는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정부나 도가 초동대처에 철저한 체계를 갖췄다고 했지만 이번 의심증상 발생 과정에서 전염병 대응체계 허점도 드러났다.

도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한 달 동안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이들 명단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었다. 박 국장은 그 이유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외국 의심지역을 다녀온 이들의 명단을 받아 매일 모니터링을 해왔는데 ㄱ 씨 일행은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소 측은 ㄱ 씨가 질병관리본부 관리대상이었다고 해명했다. ㄱ 씨가 고열이 나자 보건소에 신고를 한 것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이상 증상이 있으면 신고를 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가 명단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와 도 간에 의심환자 발생단계에서부터 상황정리조차 제대로 못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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