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감사·분담비율 재조정 조건 내세워…교육청 감사 문제 일축

홍준표 도지사와 18개 시장·군수가 경남도의회의 '선별적 무상급식' 중재안을 조건부 수용하기로 했다. 경남지역 학교급식이 유상전환된 지 두 달 만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학교급식 파행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의회의 선별급식 중재안을 거부하고 수정안을 제시한 도교육청에 단체장이 또 다른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는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받아들이기는 더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홍 지사와 시장·군수는 2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정책회의를 열고 학교급식 문제를 비공개로 논의했다. 윤인국 정책기획관은 회의 결과에 대해 "도의회가 제안한 '소득별 선별급식 중재안'은 사회적 정의에 합당한 결정으로서 이를 환영하며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도의원은 지난 4월 21일 △초등학교 소득 하위 70% 이하 △중학교 50% △고교 읍·면 지역 50%, 동 지역 저소득층 등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을 하는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표현은 '적극 수용'이지만 △교육청이 도의 학교급식 감사 수용 △중재안 재정분담 비율(자치단체 7 대 교육청 3) 재조정 등 단서를 단 '조건부 수용'이다. 특히 학교급식 감사 문제는 무상급식 사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다.

윤 기획관은 "감사 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7 대 3의 분담비율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분담비율은 재조정돼야 하고 최소한 학교급식 주체인 교육청이 단 1%라도 더 부담하는 것이 사회적 정의에 맞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책회의에서 도가 무상급식 지원금(도비 257억 원, 18개 시·군비 385억 5000만 원 등 642억 5000만 원)을 돌려쓰기로 한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 추진 방향도 수정했다. 바우처 사업은 전액 도비로 하고, 맞춤형 교육지원 사업과 교육여건 개선 사업은 시·군이 시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재량사업으로 정했다.

이는 시·군의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비를 다시 학교급식비로 돌릴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애초 서민자녀교육지원 3개 사업 시·군비 부담액(385억 5000만 원)과 올해 예산에서 사라진 시·군 학교급식 지원금과 딱 맞아떨어지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군 재정 여건이 학교급식을 지원하면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도 동시에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민자녀교육지원 전체 사업비의 65%인 418억 원(도비 243억 원, 시·군비 175억 원)이 들어갈 계획이었던 바우처사업은 초·중·고교생 자녀에 교육복지카드를 발급해 EBS 교재비·수강료, 온라인·보충학습 수강권, 교재 구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맞춤형 교육지원 사업은 도비와 시·군비, 교육여건 개선사업은 시·군비로 추진될 예정이었다.

이날 정책회의에서 도교육청의 수정안은 검토되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161억 원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자치단체와 50대 50 비율로 급식예산을 부담하는 수정안을 도의회에 제시했었다.

윤 기획관은 "도의회 중재안에 대한 판단이다. 다른 안은 받은 것이 없다"며 "도가 제안했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정리됐다. 회의 결과는 시장·군수 의견을 집약한 것이다. 특별한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이 무엇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또한, 이후 절차에 대해 윤 기획관은 "도의회가 판단할 문제"라며 교육청과 협의 계획 등에 대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고 했다.

이날 정책회의 결과는 홍 지사의 '선별급식' 의지를 훼손하지 않고 도의회를 존중하면서, 학교급식 지원을 재개해 지역민의 무상급식 중단 반발을 누그러뜨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도교육청은 이날 회의 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이헌욱 행정국장은 "감사 문제는 처음부터 줄곧 해오는 부분으로 멘트할 필요조차 없다"며 감사 수용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김지수 대변인은 '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시장·군수 정책회의'라며 "주민을 대표하는 단체장이라면 무상급식을 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게 아니라 무상급식을 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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