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보 비공개에 불안 증폭…잘못된 정보 SNS 통해 급속 유포

메르스 포비아(phobia, 공포증)가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마치 지난 2009년 신종플루가 그해 한국 사회 전반을 휩쓸었을 당시 충격이 7년 만에 재현하는 분위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신종플루보다 확산이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는 인식은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더구나 바레인에서 귀국 후 스스로 메르스 검사를 요청해 온 의심 환자에 대한 안일한 대처, '공기 전파는 괴담'이라며 유포자 색출을 선언했으나 정작 그 출처가 산하 기관임이 밝혀지는 등 정부의 무능 퍼레이드가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메르스와 관련한 정확하고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정부 무능 탓에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 20대 남성이 창원보건소를 찾아 메르스가 의심된다며 검사를 요구해 창원 한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했다.

다행히 결과는 음성 판정이 났다. 한데 이틀 뒤인 1일 오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창원시내 한 병원에 메르스 감염 의심 환자가 내원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창원 한 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가 들어왔습니다. 지금 본관 5층을 통제 중이고 검사 중이라고 하네요', '중동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람이 열이 나서 이 병원에 입원해 검사 진행 중' 같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실렸다. 이 소식은 삽시간에 창원지역 전역으로 퍼져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공용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관계부처 회의 결과와 향후 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측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에 대응하느라 진땀을 뺐다.

얼마 후에는 경남과 인접한 부산 한 대학병원에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내원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기침과 몸살 기운을 호소하던 이 환자는 검사 결과 임신 증세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이 병원이 경남지역에도 분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하면서 도내 여파도 상당했다.

이처럼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인 국민이 부정확한 정보 하나만을 두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메르스를 둘러싼 음모론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더구나 시기적으로 주한 미군 탄저균 반입 사건과 엮이면서 메르스가 미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신종 생물화학무기가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초 발병국인 사우디와 확산 속도가 빠른 한국 간 공통점으로 자국 내 미군 기지가 많다는 점이 주요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신종플루 창궐 당시 타미플루 제조사가 호황을 맞은 것에 빗대 백신제조사와 그 주식을 산 이들이 벌이는 백신 장사라는 소문도 나돈다. 이 밖에도 성완종 리스트 등으로 난국에 빠진 박근혜 정부에 대한 관심 환기를 위한 국가정보원 공작이라는 설까지 나와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박근혜 정부 무능의 산물로 바라보는 국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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