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양제영(27) 순경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 30분께 장유3동 덕정사거리에서 지구대까지 꼬박 4㎞를 뛰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발단은 이곳 도로를 전동휠체어로 무단 횡단하던 노인 ㄱ(63) 씨를 발견한 것. 순찰 중이던 양 순경이 다가가 위험을 알리자 ㄱ 씨는 "집이 어딘지 모르겠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데 204동밖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순찰차에 타 장유지구대로 가서 집을 찾아보자는 제안에 한사코 안 된다는 ㄱ 씨 반응에 양 순경은 당황했다. 이유는 ㄱ 씨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전동휠체어에서 떨어질 수 없다는 것. 양 순경이 팔을 걷어붙이고 뛰기 시작했고, 동료 오세연(45) 경사가 순찰차량으로 뒤를 따랐다.

한여름 날씨에 2시 30분이면 가장 더운 시각. 게다가 제복을 입어 땀이 줄줄 흘렀지만 양 순경은 그렇게 30분 이상을 뛰었다. 그리고 지구대에 도착. 그때부터 오 경사와 지구대 담당지역 내에 204동이 있는 아파트란 아파트는 모두 찾아 경비실로 전화했다. 마침 ㄴ아파트 경비원이 "안 그래도 어떤 아주머니가 '할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보지 못했냐'고 문의를 했다"고 전했다.

양 순경은 지구대를 찾은 ㄱ 씨 보호자로부터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어 기억이 왔다갔다 한다"는 사연을 들었다. 양 순경의 별난 순찰기는 ㄱ 씨의 극적인 귀가로 마감됐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