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소개 받아 메신저로 대화, 독서·등산 등 취미 같아 호감…반가운 첫만남 후 '연인'으로

마산 YMCA유치원 허은미(32) 선생은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SNS에 자주 올린다.

언제부터인가 한 남자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지난 1월 11일 오후 1시 결혼식을 올리며 평생 동반자가 된 남편 박규태(30) 씨다.

둘은 2013년 11월에 소개로 만났다. 둘 사이를 연결해 준 사람은 은미 씨 단짝이다. 이 친구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자신의 빈자리를 메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명상 수련 동료였던 규태 씨를 소개했다.

은미 씨와 규태 씨는 한동안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후 처음 마주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소개팅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은미 씨 이야기다.

"둘 다 산을 좋아하거든요. 커피숍에서 만나면 어색하니까, 마산 봉암수원지에서 만났습니다. 신랑은 여기가 처음이라며 계속 감탄하더군요. 두 시간가량 둘레길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길 나눴습니다.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신랑은 그날 저녁에 저를 지인한테 소개까지 하고 그랬죠."

규태 씨는 만남 이전 메신저를 통해 본 은미 씨 모습에 이미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첫 만남에서 그 마음은 더 강렬해졌다.

은미 씨도 서글서글하고, 얘기 잘 들어주는 규태 씨에게 마음을 열었다. 두 사람은 산, 자전거, 책을 좋아하는 취미까지 통했다. 첫 만남 일주일 만에 둘은 연인 관계로 이어졌다.

규태 씨는 '이벤트 남'이다. 마산 만날재고개에서 '사귀자'는 고백을 할 때는 미리 친구랑 답사한 후 꽃다발을 숨겨놓았다가 깜짝 선물을 했다. 은미 씨가 평소 필요로 하는 것을 기억에 담아뒀다가 생일 때 7가지 선물 보따리로 화답했다. 예를 들면 '책 작업 때문에 글 쓴다고 팔이 아프다'는 은미 씨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마우스패드를 선물 목록에 넣는 센스를 발휘했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자연스레 결혼이야기가 오갔다.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규태 씨가 막 취업하고 아직 자리를 잡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라, 아들이 아직 장가갈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거죠. 그래서 작전을 짰죠. 아버님이 무학산 자락에서 텃밭을 가꾸시는데요, 저희 둘이 막걸리와 파전을 준비해서 찾아갔어요. 아버님이 그때 막걸리 한잔 하시면서 저희한테 완전히 넘어오시게 됐어요."

'이벤트 남' 규태 씨는 프러포즈 때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그는 직장 강당에서 '결혼하면 이런 남편이 되겠다'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감성이 풍부한 규태 씨는 시를 좋아한다. 은미 씨를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팔용산 자락의 풍치는 / 너무나도 아름다워 내 눈에 모두 담을 수 없더라 / 형형색색 물 들인 단풍의 모습은 / 존재하는 가치에 대한 아름다움을 /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 그리고 내 옆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 더욱 나는 빛남을 느꼈지 아니할까 …(중략)… 그녀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 그녀 또한 나를 좋아하는 걸까 / 나에게 시작이란 이렇게 다가왔다 / 한순간에 다가온 게 아니리라 / 수많은 기다림 속에 꽃을 피우듯 / 그녀는 내게 기다림이었고 / 또 다른 나였다 /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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