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권개발본부 발표에 도민 반응 양분…"진주의료원 재개원 주민투표 서명 한창인데"비난도

경남도가 옛 진주의료원 건물을 고쳐 도청 서부청사로 활용하려는 기공식이 오는 16일 열린다. 옛 진주의료원이 서부청사로 개조를 마치면 의료원 재개원은 새로운 터에 건물을 지어야 하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기공식을 두고 조기 착공을 주장해온 진주 시민은 환영했지만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해 온 이들은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심정"이라며 반응도 극과 극이었다.

경남도 서부권개발본부는 지난 29일 오후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16일 열리는 기공식은 홍준표 도지사, 김윤근 도의회 의장, 이창희 진주시장 등 도내 시장·군수, 도 단위 기관단체장 등 내외빈 2000여 명이 참석해 '당당한 경남시대'의 핵심 사업인 서부 대개발의 의미와 비전을 담은 축제 마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옛 진주의료원 건물을 161억 원을 들여 오는 12월 중순까지 각종 행정시설로 바꿀 예정이다. 도 계획으로는 본관 1층에 진주시보건소가 이전 입주하고, 2·3층은 도청 서부청사, 4∼6층은 경남도인재개발원, 7·8층은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이 입주한다.

지난 29일 오후 2시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지현철(오른쪽에서 둘째) 경남도 서부권개발본부장이 오는 16일 열릴 도청 서부청사 기공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경남도

또 별관인 옛 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은 인재개발원 교육생 숙소로, 장례식장은 보건환경연구원 연구동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도는 모든 기관 입주를 내년 1월 1일까지는 마무리할 예정이며 이전이 끝나면 진주시보건소를 제외한 도청 소속 상근자는 서부부지사(옛 정무부지사)를 포함해 600명가량 된다.

이곳으로 이전하는 인재개발원과 보건환경연구원 시설물(현 창원시 소재)은 각각 경남도기록물관리소와 경남 대표도서관으로 활용된다.

최구식 서부부지사는 "1896년 8월 4일 경남도청이 처음 문을 열었고, 서부 경남 중심도시인 진주가 도청 소재지로 확정되고서 1925년 4월 부산으로 도청이 옮겨갔다. 부산과 경남이 분리되고서도 도청은 1983년 창원으로 이전했다. 90년 만에 도청 일부가 서부청사라는 이름으로 진주로 되돌아온 것"이라며 "기공식과 리모델링 공사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올 연말까지 서부청사로 개축 공사가 끝나면 28일까지 서명을 받는 주민투표가 성사돼 성공하거나 정치 지형 변화로 진주의료원 재개원이 결정되더라도 현재 터가 아닌 새로운 터에 건물을 짓고 의료기자재를 들여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다.

옛 진주의료원이 중안동에서 초전동 현 위치로 신축·이전했던 2008년 기준으로 토지 매입비·건축비·의료기자재 구입비 등으로 540억 원이 들었다. 새로운 터에 신축 재개원 시 이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 것은 명백하다. 재개원 추진 측에 부담이 그만큼 더해지는 셈이다.

기공식을 두고 강민국(새누리당·진주3) 도의원은 "잃어버린 도청이 일부라도 온다는 건 정치인을 떠나 진주 시민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가슴 벅차다. 상임위 활동 등으로 조기 개청에 한몫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진주 시민이라면 대부분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반겼다.

반면, 진주의료원 재개원 추진 측은 경남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수동 진주의료원 주민투표 경남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진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부청사가 진주에 건립되는 것은 당연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서부 경남 공공의료를 담당했던 진주의료원 폐업 대가로 서부청사를 유치한다는 게 문제다. 수많은 이의 희생과 공공의료 훼손 위에 청사가 건립되면 이건 반쪽짜리이자 앞뒤가 안 맞는 행위"라며 "현재 의료원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서명이 한창 진행 중이고 오는 28일이면 마감시한인데 기공식을 하고 축포를 쏘아 올린다? 최소한 이 날짜라도 지나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검찰 수사에도 홍준표 도지사의 일방 독주 행정이 여전한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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