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부인하다 블랙박스 영상 내밀자 시인 "초행길이라 미숙, 면허정지 상태서 가중처벌 두려워 도주"

국도 79호선에서 아반떼 차량을 몰고 역주행해 정상운전 차량 3대에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창원서부경찰서는 29일 오전 아반떼 차량 운전자 ㄱ(31) 씨를 소환해 사고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ㄱ 씨는 지난 18일 0시 37분 창원시 의창구 북면 국도 79호선 화천교차로 부근에서 검은색 아반떼 MD 차량을 몰고 역주행, 이를 피하려던 정상운전 차량 3대에 비접촉 사고를 유발한 혐의(도주차량 등)를 받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정지 상태였던 ㄱ 씨는 무면허 운전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ㄱ 씨는 사고 현장 주변 지리를 잘 몰라 역주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진제 창원서부경찰서 교통조사계장은 "ㄱ 씨가 처음엔 역주행 사실을 부인하다 영상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초행길인데다 이곳 지리를 잘 몰랐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ㄱ 씨는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정지 상태였던 까닭에 적발 시 가중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도주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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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도 79호선 역주행 아반떼 모습(좌측) ./블랙박스 영상 캡쳐

ㄱ 씨는 다만 사고 당시 음주 여부에 대해선 극구 부인했다. 조 계장은 "사고 당시 아반떼 차량에는 동승자 ㄴ(31) 씨가 있었는데, 이 둘은 이날 지인 집들이에 참석하기 위해 북면 감계지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 들렀다고 말했다. ㄴ 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은 술을 마셨다고 했으나 ㄱ 씨는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비접촉 사고지만 ㄱ 씨가 역주행으로 정상운전 차량 3대에 사고를 유발한 것을 인식했다고 보고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조 계장은 "ㄱ 씨는 조사에서 사고 유발 후 인근 주유소에서 차량을 틀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고 진술했다. 역주행하던 자신의 차량을 피하려던 택시가 전복되고, 뒤따르던 차량 2대가 접촉사고를 낸 현장을 목격하고도 지나쳤기 때문에 사고를 인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사고 발생 후 당시 현장을 찍은 차량용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지만 차량 번호를 확정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고 발생이 야간에 이뤄졌고, 아반떼 차량 불빛 때문에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만으로는 번호판 인식이 불가능해서다.

해당 차량이 신형 아반떼 MD라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사고 발생 지점 인근 화천교차로 등 17개소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감계지구 한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에서 야구복을 착용한 ㄱ 씨가 물건을 구입하고 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를 증거로 경찰은 야구복 판매점에 ㄱ 씨가 입은 야구복을 문의했고, 진해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야구팀이 착용하는 옷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편의점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 등을 토대로 ㄱ 씨를 특정한 경찰은 지난 28일 ㄱ 씨를 검거했다.

한편 ㄱ 씨 차량에 동승하고 있던 ㄴ 씨는 사고 후 미조치 방조 혐의로 입건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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