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전국 5대 하천에 대해 실시한 연구용역보고서의 전모가 드러났다. 연구용역 보고서라고 하지만 과거 정부가 대규모 사업 등을 시작할 때 으레 그런 식으로 사전 작업을 했다. 또다시 4대 강 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가 하고 학계를 비롯해서 시민단체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하천 하천구역 지구 지정 기준 및 이용 보전계획' 연구용역 보고서는 낙동강, 금강, 한강, 영산강에다 섬진강을 포함하여 기존 친수지구를 25.9%에서 49.14%로 확대하고 여기에 각종 개발계획을 검토, 시행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국토부가 이 용역을 발주한 시점이 4대 강 사업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때였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퍼부어 4대 강의 보 세굴 현상과 부영양화 등을 초래한 주역이다. 국토부는 애초 4대 강 사업 추진할 때 계획했던 것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잠시 덮는 척 했을 뿐 계획 변경과 백지화를 통한 환경보존 등에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용역보고서에는 지자체들이 좋아할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연구목적, 과제 모두가 하천 보전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정된 보전·복원지구 확대는 완화되었다. 그보다는 각종 레저시설과 휴게 음식점 등으로 개발 가능한 친수지구 확대와 그 활용방안에 맞추어져 있다. 정부가 길을 터주는 꼴이 되면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계획을 올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5대 강 주변의 생태계는 순식간에 개발의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하다. 애초 4대 강 사업에서 이명박 정부가 노린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더욱이 이번 용역보고서대로 친수지구로 지정되면 하천법에 적용되지 않고 올 1월 개정된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주도 면밀한 국토부의 능력에 새삼 혀를 내두를 지경인데 이렇게 되면 이전보다 우선해서 천변개발이 가능해진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섬진강의 보존도 불가능하다.

국토부가 학계와 환경,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를 아랑곳 않고 사업 추진을 하려는 배경은 4대 강 사업 실패를 덮는 것에서 나아가 내년 총선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4대 강 사업으로 국민들은 이미 학습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국토부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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