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 변경 공청회' 무산…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 농성

내년 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노동자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데 대한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12층에서 열기로 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가 노동계 반발로 무산됐다.

애초 이 자리에서 정부는 민간 부문으로 임금피크제를 확산시킬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일정 연령에 이른 노동자 임금을 깎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얻어야 취업규칙 변경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정부 측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 발제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 없이도 불이익 변경 효력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임금피크제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임금피크제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판단하면서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주요 근거로 노동자 집단적 동의 없이 변경할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정 정책관은 "정년을 연장하면 근로자에게도 사실상 이익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노동자 동의를 받지 못했을 때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에 따라 취업 규칙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썼다.

더구나 정년 60세 시행에 따라 고령자를 다른 업무로 전환하거나 성과 중심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도 했다. 내년부터 사용자가 임금피크제 같은 임금체계를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꿔 고령자 임금 삭감, 직무전환 배치를 통한 퇴사 압박을 가해도 소송을 하지 않는 한 권리구제를 받기 어렵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현재 전체 노동자 90%가 노조가 없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노동자는 회사가 불합리한 내용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도 이에 저항하는 집단적 움직임을 하기 어렵다.

이날 고용부는 공청회 장소에 경찰 100여 명을 배치해 노동자들 참가를 봉쇄했다. 하지만 이내 경찰 저지선을 뚫은 노동자들은 공청회 무대 앞에서 박근혜 정부 노동시장 구조개선(악)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농성을 벌였다. 이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청회 장소에 들어오려다 노동자들에 의해 입장을 저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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