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쿠퍼(멜리사 매카시)는 CIA 최고의 현장요원 브래들리 파인(주드 로)의 임무수행을 돕는 내근요원이다. 핵무기 밀거래의 행방을 쫓던 브래들리는 마피아에게 살해당하고 마피아들에게 CIA 현장 요원들의 신분이 모두 노출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피아들이 모르는 내근 요원 수잔은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핵무기의 밀거래를 막고자 현장에 투입된다.

그녀를 믿지 못하는 '자칭' 최고의 요원 릭 포드(제이슨 스타뎀)가 그녀와 별개로 임무를 수행하면서 되레 그녀의 임무 수행엔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폴 페이크 감독은 스파이에 대한 고정관념은 물론 배우들마저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를 완전히 반전시키며 웃음의 크기를 배로 만드는 뚝심을 발휘한다.

이 영화의 코드는 역발상이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라는 이유로 내근직에만 머물러야 했던 여성이 현장에 투입된 후 능력 있는 스파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유쾌하며 화끈하다.

영화 중반, 부엌에서 벌어지는 난투극을 비롯해 액션 연기마저 날렵하게 소화하는데다 위기 대처 능력마저 뛰어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통쾌하기까지 하다.

불과 몇 주 전 <분노의 질주 : 더 세븐>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동생의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악당' 제이슨 스타뎀의 허당 가득한 모습 또한 유쾌한 배신이다.

상대 여성을 쥐락펴락하면서도 진지한 순간 돌발적인 웃음을 선사하는 주드 로의 매력적인 모습은 반갑기 그지없다.

이처럼 그녀의 활약은 성별과 외모에 화끈한 하이킥을 날리지만 SNL 제작진이 함께했다는 자막은 오히려 여성혐오적인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여성 비하적이고 저급한 화장실 유머로 변질된 대사가 수잔 쿠퍼의 입을 통해 이야기되는 것은 지극히 아쉽다. 턱시도를 차려입은 주드 로와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줄 것 같은 제이슨 스타뎀 사이에 존재감이 없어 보이던 멜리사 매카시. 그녀의 빈틈없는 활약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답습되던 첩보 액션물의 새로운 장르 탄생을 예고한다.

스파이가 휴대한 물건에 대한 재발견이나 지극히 현실적인 위장술 등은 잔재미를 보태는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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