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복원 성공' 나카가이 무네하루 일본 도요오카시장

60년 넘는 동안 한결같은 노력으로 절멸했던 황새를 되살려낸 도요오카시의 나카가이 무네하루 시장이 지난 20~22일 2박3일 일정으로 경남을 찾았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 사례와 지역 차원의 적용을 위한 포럼' 등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마련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21일 오전 경남도청 옆 '디자인 이노' 사무실에서 만나 재일동포 3세인 김황 동화작가의 통역으로 1시간 남짓 얘기를 나눴다.

1991년 현위원 때부터 두팔 걷어, 황새'도' 살 수 있는 마을 이룩해

- 경남도민일보 독자를 위해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1991년 효고현(도요오카시가 소속돼 있는 광역자치단체) 현위원이 됐다. 줄곧 황새를 보호하자고 말해 왔다. 1989년 30년 만에(1959년에 마지막 번식이 있었음) 도요오카 사육장에서 황새가 태어났을 때 잘 키워 하늘로 돌려보내자, 친구들과 성공시키자 마음을 먹었다. 일본서는 1971년 마지막 황새가 죽어 야생서는 멸종된 상태였다. 최대 원인은 환경 파괴였고 '최후의 일격'은 농약이었다. 당시 다시 황새를 돌려보내자 했으나 실현을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황새'도' 살 수 있는 풍요한 자연이 어디에도 없었고, '농약 안쓰는 농사는 있을 수 없다'고 다들 말했다.

그렇지만 반대로 보면 황새는 풍요한 자연의 상징이다. 우리는 〈황새'도'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를 표어로 내걸었다. 황새도의 '도(も)'는 정치가로서 저의 최대 발명이라 생각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황새만이 아니라, 황새'도' 인간'도' 다른 생물'도' 다함께 살 수 있는 마을…. 이 '도'는 사람과 황새와 다른 생명이 더불어 살 수 있다는 마음의 표현이다. 지금 70마리 넘는 황새가 야외에서 날아 다닌다. 한국까지 날아간 황새도 나타났다. 화포천 봉하마을 김해시까지 날아갔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놀랐다. 제주도에도 제동이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한국에서도 풍요한 자연의 상징을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어서 연대가 깊어지고 있다. 현위원 때는 별명이 황새위원이었고 시장이 된 2001년부터 15년 동안은 황새시장이 됐다. 하하."

도요오카에서 김해까지 날아간 황새는 봉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2012년 4월 6일 도요오카 한 인공둥지에서 태어난 암컷 황새는 2014년 3월 18일 대한해협을 건너 김해 봉하마을에 내려앉았다. 하동 들판과 충남 서산 천수만 일대에 머물렀고 올해 3월 9일 봉하마을로 돌아오더니 얼마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대한해협을 오간 최초 일본 황새인 것이다. 제동이는 한국으로 날아든 두 번째 일본 황새로 올해 2월 8일 제주도에서 발견됐다. 2014년 6월 사육장에서 야생으로 풀려난 수컷으로 봉순이한테 조카뻘이 된다.

나카가이 무네하루 도요오카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창원 '디자인 이노' 회의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자연 재생 등 의견 나누려 방한, 봉순이 머문 봉하마을도 둘러봐

- 21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직접 기조발제(도요오카시의 황새복원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하셨다. 이번 경남 방문 목적을 말씀한다면?

"자연 재생과 자연 보호를 위한 의견 교환이 으뜸 목적이다. 둘째는 도요오카시에서 태어난 봉순이가 아주 좋아했던 장소를 확인하고 싶었다. 놀라운 것은 봉순이가 김해에서 오래 머물렀던 장소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와 습지 재생을 하고 유기농을 하기 시작한 곳이다. 생전에 도요오카시를 방문하고 싶으니 준비하라고 비서진에게 시켰던 노 전 대통령이었다. 도요오카에서는 사람들이 친환경농업으로도 충분히 벌이를 하면서 살고 있다는데 직접 확인하고 싶다, 그렇게 얘기하셨다. 갑자기 서거하셔서 아쉽게 됐는데, 이런 사연을 알 리 없는 황새가 바로 거기를 찾고 노 전 대통령 고향에 갔다니 매우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 심정이다. 지난해 봉순이가 날아와 앉은 장소를 봤더니 도요오카랑 아주 닮았다. '황새(봉순이)를 통해 우리와 한국이 이어지고 있구나' 하고 새삼 느껴졌다."

멸종된 조류 복원한 도요오카, 소중한 것 없어지니 바로 찾아

- 경남 사람들한테는 도요오카시라 하면 낯선 편이다. 자랑을 겸해 도요오카시를 소개하자면?

"인구 8만 6000명이 살고 바다와 닿아 있으며 황새가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도시이고 마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노사키온천이 있으며 전통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오래된 마을 '이즈시'도 있다. 다지마규(但馬牛)라는 유명한 소고기와 유명한 대게도 먹을 수 있다. 간사이공항이 있는 오사카나 도쿄에서 2시간 반이면 올 수 있다. 자연뿐 아니라 역사·문화·전통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도시다.

세계 여행을 안내하는 '론리 플래닛(http://www.lonelyplanet.com )'에서도 평가받는 기노사키온천은 일본서도 '베스트'로 꼽힌다. 기노사키도 1925년 지진재해로 무너져서 복구를 했다. 효고현이라 하면 (그렇게 파괴된 데가) 고베도 있고 한데, 서양식으로 재건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노사키 사람들은 일본 전통 방식대로 나무로 새로 집을 짓겠다 해서 지금 모습을 갖게 됐다. 전통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면서 잃어버렸을 때 헤매는 일 없이 바로 되찾도록 한 결과다. 이즈시도 에도시대(1603~1867) 분위기가 그대로지만 실은 1876년 큰 불이 나서 3분의 2가 없어졌었다. 그때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고 원래 있었던 것을 복구하는 방향에서 재건했다.

그리고 황새도 한 번 멸종했으나 도요오카시는 그 또한 살려냈다. 이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마을에 중요한 것이 없어졌을 때 고민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그것을 바로 되찾았다는 것이다. 현재 있는 것은 과거 조상들이 만들어 대대로 이어온 것이기에 미래 세대에 그대로 넘겨야 하겠다는 얘기다. 도쿄 도심처럼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쓰면서 새롭게 가다듬는 도요오카 스타일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온 세계가 글로벌화로 똑같은 얼굴 표정으로 되고 있다. 글로벌화는 세계 공통 기준으로 나가면서 로컬화를 없애치우고 있다. 문화적으로는 아주 재미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이 똑같아지면 파리도 한국도 필요없다. 도요오카는 진정한 도요오카의 얼굴로 단장하려고 한다. 갈수록 글로벌화되는 세상에 대한, 아주 중요한 전략이다."

1950년대부터 복원사업 진행, 야생 번식 때까지 민관 힘합쳐

- 도요오카시는 1950년대부터 지금껏 흔들림없이 황새 복원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 놀라운 일관성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어려운 질문이다. 이렇게 답하고 싶다. '생명에 대한 공감'이 아닐까…. 같은 생명인 황새를 같은 생명인 인간이 멸종시켰다.황새를 되살려 자연으로 돌려 보내자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런 마음이 점점 늘어났다. 이렇게 퍼져나가서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황새 복원 당사자가 아닌 제3자 대학교수 몇몇이 도요오카시의 황새 야생 복귀 프로젝트를 분석·평가한 자료가 있다.(2014년 7월 발표) 거기서도 첫 번째 이유가 생명에 대한 공감이었다. 2005년 황새를 야생에 풀어놓았을 때와 2007년 야생에서 처음 새끼가 태어났을 때 매체들은 물론 시민들도 날마다 현장에서 함께했다. 어미는 매우 야위어서 죽을 듯하면서도 새끼를 위해 먹이를 물어왔다. 날씨가 더워지면 어미는 날개를 펴서 새끼한테 그늘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두 달을 보살폈다. 많은 시민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오버랩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것들이 바로 '생명에 대한 공감'이다 싶다.

황새가 돌아온 것도 좋았지만 아이들이 돌아왔다는 것이 더 기뻤다. (아이들이 논에서 모내기하고 가을걷이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황새농법(친환경으로 벼를 기르면 보통은 논에 생물 가짓수가 주는데 황새농법은 오히려 늘며 겨울에도 논에 생물이 산다고 한다)이 퍼져나가고 있음을 어른들한테 듣고 배웠다. 황새농법이 퍼질수록 자연환경이 좋아진다는 것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황새농법을 확산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단순한 결론, 황새농법으로 생산한 황새쌀 소비를 늘리면 좋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이들은 학교 앞 가게(사진에서는 '미니스탑' 체인점)를 찾아가 주인한테 얘기했다. '여기서 파는 주먹밥을 황새쌀로 만들면 우리 환경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체인점 주인은 권한도 없고 황새쌀은 비싸고 해서 실현되지는 못했다.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학교급식에 황새쌀을 쓰면 어떨까, 누구한테 부탁하면 좋을까, 토론을 했다. 얻어진 결론은 시장이었다. 도요오카시청으로 시장을 만나러 왔다.

깜짝 놀랐다. 저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아이들 행동이 현실 사태를 바꿔낸 것이다. 막연하게 생각만 않고 한 발자국을 내딛는 용기, 이런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줬다.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홈이랄까 벽이랄까가 있다. 아이들은 손쉽게 그것을 넘어선다. 이런 아이들이 도요오카시의 자랑이고 긍지다. 황새가 이런 똑똑한 이이들을 키워냈다."

'따오기 복원사업' 진행 창녕군, 욕심내지 말고 착실히 해나가야

- 경남에는 도요오카시와 비슷하게 따오기 복원사업을 하는 창녕군이 있다. 앞서 실천하고 경험한 자치단체장으로서 도움말을 주신다면?

"(조심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자칫 잘못하면 따오기를 좋아하는 사람만으로, 환경을 지키자는 사람만으로 한정될 수 있다. 따오기를 자연 야생에 되살리면 사람한테 득이 된다.(도요오카 황새쌀은 일반쌀보다 30% 넘게 비싸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를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도록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발짝 한 발짝 욕심내지 말고 착실하게 착실하게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빨리 성과를 내고 싶다, 이렇게 초조해하면 안 된다."

한일 '자연과의 공생' 공동 모색, 서로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을

- 자연과 인간의 공생과 자연생태 복원을 위한 한일 교류 협력에 대한 의견은?

"일본과 한국이 서로 잘 아는 것에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이번 포럼에 와서 많이 알고 돌아간다. 한국사람도 그렇게 많이 알고 활동하고 공유하고 자극을 받으면서 계속 나가면 될 것 같다. 황새는 국경이 없다. 한국 일본 가리지 않고 자연환경이 좋은 데에 내려앉는다. 국경이 없는 황새처럼 한국과 일본 사람들도 서로 자연환경이 좋아지도록 나라를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아이들 교류는 특히 중요하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등에서 아이들 교류를 기획하고 있는데 상당히 기대된다. 이번 포럼에는 도요오카 애들이 왔고. 자연이라는 공통 테마를 갖고 같이 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한일 교류에도 중요하다."

황새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 전통·문화·역사 같이 나누길

- 도요오카는 황새를 통한 생태관광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전망은 어떤지, 한국 또는 경남 사람들에 대한 부탁이 있다면?

"자연만이 아니라 전통·문화·역사를 함께 나누고 그런 가운데 자연생태를 한국과 일본이 상의하며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기억일 텐데, 누구랑 만나고 어떤 얘기를 했느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여행에서 큰 목적이 돼야 하지 않을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농부들끼리 지역주민들끼리 아이들끼리 교류가 지금 단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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