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가격·지역제품 우선구매·유동성' 기업 고충에 촉각…공급업체에는 적정이윤 보장 수요기관엔 우수한 제품 제공

진로를 고민하던 졸업반 공대생은 친구를 따라 응시한 시험에 합격해 35년 후 조달청장 자리에 올랐다. 안타깝게도 친구는 불합격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주계성(57) 경남지방조달청장 이야기다.

경남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 청장이 취임한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소감과 앞으로 계획을 듣고자 경남지방조달청을 찾았다. 부드러운 말투로 조심스럽게 건네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조달청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100일간 겪은 경남지역 조달 실태 = 주 청장은 2월 12일 발령 후 지금까지 조달업체와 간담회를 9번 진행했다. 경남지역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정책을 추진할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정리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됩니다. 먼저 첫째는 가격입니다. '지난 몇 년간 원자재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해 제조원가는 상승했지만 조달청 계약 가격은 거의 제자리 수준'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타 시도에서 지역제한경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생산품을 우선 구매하는 반면 경남지역은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기업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항상 유동성 부족에 시달려 기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중소기업 제품을 조달받는 수요기관에도 남모를 고충이 많다.

"일부 업체에서 계약 체결에만 급급해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않거나 품질이 낮은 제품을 제공해 수요기관에서 난감해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늘면 수요기관도 조달업체에 대한 불신이 쌓여 대다수 성실한 업체에도 2차, 3차 피해를 줄 수 있어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취임 100일이 지난 주계성 경남지방조달청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조달청은 지역경제 컨트롤타워 = 좋은 제품을 공급받고자 하는 수요기관과 적정 이윤을 보장받고자 하는 중소기업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맡은 조달청은 특히 지역경제에서 가지는 의미가 상당하다.

"조달청 역할은 경남지역 공공구매 중추기관으로서 지역 기업들이 공공구매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품질이 우수한 조달물자를 적기에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고 지역기업의 걸림돌을 해결해 주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조달청은 계약 가격을 업체가 제출한 매출원장과 세금계산서를 기반으로 결정한다.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가격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기업에서도 가격관리를 철저히 해야겠지만 조달청에서도 예정가격을 결정할 때 기업이 적정이윤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공사용 시설자재를 별도구매(분리발주)해 중소기업 생산제품이 직접 구매될 수 있도록 하고 지역 우수조달물품을 우선구매하는 등 지역제품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지역제한 경쟁을 최대한 활용해 경남지역 기업들이 지역 공공시장에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수요기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합니다. 수요기관을 방문할 때는 필요한 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수렴해 수요기관 스스로 우리 청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우수한 품질의 물자를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사후 서비스를 철저히 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합니다. 수요기관이 우리 청을 이용하는 절차도 최대한 간편하게 개선하여 불필요한 서류를 요청하는 불편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젊은 직원 간 자유로운 소통 활기 = 주 청장은 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경남조달청 자랑거리를 물었더니 가장 먼저 꼽은 것이 직원들이다.

"경남조달청은 다른 청보다 젊은 인력이 많아 활력이 넘치고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 번씩 업무 시간 중 부서를 둘러볼 때 누군가 질문을 하면 주위 직원들이 자기 일처럼 대답을 해 주는 특이한 장면을 목격하곤 합니다. 누군가 고민을 먼저 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공유하고 토론을 통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또 새로운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도 직원들이 젊어서 자연스럽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직원들 영향일까. 경남조달청에는 7개 동호회가 운영되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는데 함께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 해소와 직원들 간 유대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직원들이 젊다는 것은 경력이 짧고 경험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주 청장은 관련 자격증 취득 등 자기계발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 청 업무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계약업무가 많은데 직원들이 특정 조달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 기관장으로서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자체 학습연구회를 만들어 업무 유형별 매뉴얼을 같이 학습하고, 감사나 민원사례의 '케이스스터디(case-study)'를 통해 문제해결 방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또 멘토링 제도, 전문가 초청 특강, 계약관련자격증 시험 준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업무전문성 강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하는 신뢰받는 조달청 = 주 청장의 재임기간 목표는 '신뢰받는 조달청'이다. 이를 위해 수요기관 요구를 끊임없이 듣고 중소기업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서 경남조달청 입지를 단단히 하고자 합니다. 수요기관·중소기업 모두 각자가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서포트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자기계발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업무를 잘 수행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수요기관에 조달청을 통하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물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스스로 우리 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이기 쉽지는 않겠지만 재임 기간에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지역과 함께하는 조달행정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지역 중소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그 영향으로 지역경제에 활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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