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맛집]창원시 진해구 '지븐'

창원시 진해구 해원로 '지븐(siben)'. 조용하고 아담한 가게. 투명 유리창 밖으로 인도에 그늘을 드리우는 푸른 나무가 보인다. 한가롭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게에 들어서면 테이블이 3개뿐이다. 식당 벽에는 주인이 몇 가지 메모를 적어뒀다. "주문을 받은 후, 조리가 시작됩니다. 미리 조리해 두지 않으므로 조리 시간이 10∼20분 소요됩니다", "기본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므로, 당일까지 준비된 재료가 소진되는 품목은 판매가 중단됩니다."

메뉴판을 펼쳤다. 요리 메뉴는 버거, 프라이(튀김), 함박스테이크('햄버그스테이크'의 메뉴명), 브런치, 파스타, 샐러드 등이다. 칠리버거, 함박스테이크, 앤초비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다. 음식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테이블에 음식이 나오기까지 10분 이상 걸렸다. 미리 음식을 주문해 놓고 식당을 찾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앤초비, 마늘, 올리브오일, 고추, 파슬리로 만든 파스타는 앤초비 간이 배어 먹기 좋았다. 비린 맛 없이 고소하고 짭조름했다. 올리브오일은 빵을 찍어 먹어도 좋을 성싶었다. 김동한(40) 사장은 앤초비 파스타는 남녀 모두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칠리버거

가게에서 내세우는 수제 버거도 맛봤다. 인기 메뉴인 칠리버거를 선택했다. 접시에 샐러드와 웨지 감자가 사이드 메뉴로 가득 나왔고, 수제 버거도 위풍당당 모습을 드러냈다. 버거는 반쪽으로 잘려 나왔는데, 높이가 높은 탓에 베어 먹기가 쉽지 않았다.

수제 감자빵, 수제 패티, 치즈, 양상추, 토마토, 망고드레싱 샐러드로 만들었다. 포만감을 주고자 빵 크기를 크게 했단다. 강력분과 감자를 넣어 만든 발효 빵은 일반적인 빵과는 식감이 달랐다. 부드럽다기보다는 쫀득했다. 김 사장이 직접 만든 빵은 실온에서 7∼8시간 1, 2차 자연 발효를 거친다. 버거 속 재료도 채소, 치즈 등으로 가득 채우다 보니, 단가가 맞지 않을 정도다. 망고드레싱 소스는 달콤하고 상큼했다.

함박 패티, 베이컨, 스팸, 계란 프라이, 포르치니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함박스테이크도 정성이 가득하다. 계란 프라이, 밥과 함께 나온 함박스테이크는 든든한 밥 한 끼가 됐다. 당근, 양파, 셀러리 등을 볶아서 기름을 빼고 육수를 넣고 2시간 삶고, 거기에 페이스트 등을 넣고 와인으로 볶아서 함박 소스를 만든다. 레드 와인을 넣고 눋지 않게 계속 젓는 부분이 하이라이트. 소스에 심혈을 기울였다. 소스까지 모두 직접 만들다 보니,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는 것. 소스를 만드는 데 4∼5시간이 걸리고, 소스를 끓여서 젓는 데 2∼3시간이 걸리다 보니 손에 물집 잡히는 게 예사란다.

앤초비 파스타

왜 수제버거, 파스타 등을 요리하게 됐을까. 김 사장은 뭔가 특별한 음식을 만들고 싶어서 이 음식들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 일반 회사에 다녔다. 그러다 요리를 하는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됐다. 서울 홍대 쪽 '포크 포크 다이너'라는 식당에서 2년간 요리를 배워서 진해에서 가게를 열게 됐다. '지븐'은 독일어로 7이라는 뜻이고, 동시에 '체로 걸러내다', '선별하다'라는 뜻이다. 수제 가게라는 걸 알리고자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소스부터 빵까지 다 직접 만들어서 내놓다 보니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더 좋은 음식을 내놓고 싶은 욕심에서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함박스테이크

<메뉴 및 위치>

◇메뉴 △지븐 버거 6500원 △칠리 버거 7500원 △함박스테이크 1만 원 △앤초비 파스타 9000원 △그린 홍합 파스타 1만 3000원. ◇위치: 창원시 진해구 해원로 32길 34 성원하이츠 1층. ◇전화: 055-545-8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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