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평 포스팅에 손님 뚝…뒷돈·공짜음식 요구도

맛집 블로거의 한마디 평가가 음식점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다. 음식점 사장들은 일부 블로거의 횡포에 못 살겠다며 고통스러워한다.

중요한 모임, 소개팅이 있거나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흔히 인터넷 블로그에서 음식점을 검색한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손쉽게 식당 메뉴·가격·장소 등을 알 수 있기 때문. 블로그의 파급력이 커지자 그에 따른 폐해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맛집 정보 상당수가 광고성 콘텐츠로 변질하거나 블로거의 개인적 견해가 마치 진실인 양 퍼져 나가는 것이다.

ㄱ(30) 씨는 최근 부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관해 혹평을 해놓은 블로그를 보고 기분이 언짢았다. ㄱ 씨는 "친구가 파워블로그에 포스팅해 놓은 글을 보고 전화를 해왔다. '너희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 같은데 블로거가 안 좋은 말을 써 놓았다'고 했다. 직접 확인해보니 이 블로거의 이웃이 몇 천명이고 조회 수가 하루 5000건이 넘더라"면서 "그날 하루 서비스가 안 좋았거나 음식 맛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블로거의 말 한마디에 우리 식당은 수준이 낮고 다시는 가면 안 되는 식당으로 낙인이 찍혔다"고 말했다.

창원시 성산구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사장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오는 손님만 보면 가슴을 졸인다.

특히 숟가락을 뜨기 전부터 음식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을 보면 서비스라도 더 줘야 하나,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음식점을 연 지 얼마 안 된 30대 사장은 최근 블로거들을 초대했다. 이 사장은 "한 파워블로거에게 연락을 했더니 3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돈을 받으면 블로거 10~20명을 더 초대해 홍보를 해주겠다고 했다"면서 "업주들은 사실 블로거에게 선물을 주거나 음료수 하나라도 더 줘서 잘 보여야 하는 처지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에서 맛집 파워블로거로 유명한 ㄴ 씨는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손님인 척 가장해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파워블로거라는 이름을 악용한 것이다.

한 식당 주인은 "블로거들이 요식업계의 탐관오리와 같은 노릇을 하고 있다. 맛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소규모 음식점들은 때론 블로거의 주관적인 평가에 무참히 짓밟히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러한 블로거의 횡포로 피해받았거나 돈을 받고 홍보성 글을 올리는 블로거를 퇴출하자는 '우파반'(우리는 파워블로거지를 반대한다)이라는 카페가 지난해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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