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결코 웃지 못할 꼬꼬댁네 속사정

부동의 창업아이템 1위인 치킨집. 가장 친숙하면서도 치열한 시장이다.

2007년 연간 100개의 상표 출원이 있었던 치킨집은 2013년 554개 상표가 출원됐다.

2013년 KB리포트 조사 내용을 보면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지난 2002년 9000여 개(프랜차이즈 비중 57%)에서 2013년 1월 기준 2만 5000여 개(프랜차이즈 비중 71%)로 약 3배나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 영역은 파괴되고 있다. 배달앱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면서 홍보도 발목을 잡고 있다.

2만 원 통닭시대, 결코 웃지 못할 '꼬꼬댁네 속사정'을 들어보자.

◇'닭 쫓던 업주 지붕 쳐다본다' = 창원시 진해구 번화가로 불리는 석동을 가보자.

노랑통닭·칠칠켄터키·오븐에꾸운닭·교촌치킨·쌀통·누나홀닭·치킨커플·네네치킨·땅땅치킨·BHC치킨 등 3월 현재 30개를 넘어섰다. 여기에 안주로 치킨이 나오는 술집이나 햄버거집 등을 보태면 치킨 취급점은 50여 곳이 된다.

김해시 역시 '치킨게임'이 한창이다.

2012년 통계청이 발표한 '시군구별 치킨 전문점 개업 현황'에서 치킨의 고장 대구 달서구(432개)에 이어 김해시는 371개를 기록하며 2위의 영광(?)을 안았다.

이는 배달 영역을 파괴하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치킨점은 인근 소답동, 도계동, 소계동, 구암동으로 배달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배달 인력을 따로 두지 않는 업주는 대책도 없이 인근 동네 점포에 손님을 내줄 수밖에 없다.

소계동에서 16년간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한 한 업주는 "11시에 출근해 준비하고 자정까지 영업을 해도 하루 5마리 주문도 못 받는 날이 있다. 이 작은 동네에 치킨 전문점은 6곳이고 동네에 없는 프랜차이즈 오토바이도 곧잘 지나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이전에는 배달 위주였던 가게들도 높은 임대료를 부담해가며 홀 장사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닭만 쫓던 16년 경력 업주는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시장 속에서 씁쓸하게 지붕만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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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배달앱' = 전단이나 배달책자 등에 의존하던 치킨점 홍보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면서 배달앱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책자 광고를 안 할 수도 없다. 광고를 해야 하는 창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창원시 의창구 대원동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 조 모 씨는 매월 반지동과 반림동 두 곳에 책자광고를 낸다. 한 달에 한 번 실리지만 한 달 내 가정에서 두고 본다는 특징으로 한 페이지를 할애받는데 10만 원이다. 책자광고 홍보비만 40만 원이다.

여기에 배달앱에도 점포를 등록했다. 배달앱은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비롯해 250여 개로 추정된다.

배달앱 효과는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배달앱은 무료광고도 있지만 유료광고도 있다.

유료광고는 앱 내 노출 위치에 따라 광고료를 차등하고 있다. 유료광고는 월 2만 원대부터 5만 원대까지다. 광고료가 비쌀수록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노출돼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여기다 앱 내 바로 결제를 이용하면 평균 12.5%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단순 계산했을 때 통닭 1마리 1만 7000원 기준으로 업주에게는 20% 수준인 3400원이 남는다.

여기서 수수료 12.5%(2125원)까지 지불하고 나면 1275원이 남는 셈이다. 배달앱 중 수수료가 가장 높은 업체는 최고 17.6%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배달앱으로 주문이 많아지는 건 좋지만 마진율은 떨어진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임차료, 인건비 등 만성적인 수익 저하에 시달리는 영세 업체들은 경쟁업체가 가입하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입하고 있어 중간 유통단계만 하나 더 생겼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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