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27살 젊은 나의로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시작한지 올해로 만 15년째를 맞는다. 그 기간에 유학생활 5년도 포함되지만, 이제 갓 불혹을 넘긴 필자에게 대학 강단은 아직 부담스러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특히 5월 여러 기념일 중에 스승의 날이면 제자들과의 시간이 더욱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아마 필자 스스로 제자들 앞에서 여러 방면에서 부족함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느때부터인가 스승의 날이면 미래의 작곡가를 꿈꾸는 제자들에게 책 한권씩을 선물하곤 했다. 특히 남자 제자들에게 5월이면 꼭 권하는 책이 있는데 바로 강은교 시인의 산문집 <무명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문득 생각해보면 작곡,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위대한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세계나 작가론을 추천하거나 선물할 수도 있음에도 이 책을 소개하고 선물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보여지고 있는 후배 작가들을 향한 시인의 진정성 있는 조언들 때문이다.

이 책에서 강은교 시인은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 시인들에게, 시를 쓰고자 하는 젊은 시인들에게 보내는 작가 나름의 시론을 말하고 있다. 시를 쓰는 이의 자세와 동기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시인이 쓰고자 하는 시, 문학을 하는 동기 등을 피력하였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찬찬히 읽다가 보면 단지 문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창작을 하는 사람, 작가 지망생들에게 작가적 자세에 있어 시사해주는 부분이 참 많음을 느낀다.

언어를 정의할 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정의를 할 수 있다면, 일반적으로 문학을 구체적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술이나 음악 또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추상적 언어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표현 수단이 다르고 장르가 다르지만 문학가·작곡가 등 모든 분야 작가들에게 있어 작가 정신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특히 이 선배 작가는 자기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고 있다.

올해도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여러 대학의 제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으로, 선배로서 이런 저런 현실의 여러 고민 속에서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볼 때 무한한 책임감과 반성이 앞서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현실의 고민과 고뇌 속에 작품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음에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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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5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젊은 예술인과 함께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는 그런 5월이 되기를 바란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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