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무게 보이는 풍년 기원 신목

△이름 : 양산신전리이팝나무

△지정번호 : 천연기념물 제234호

△지정일 : 1971년 09월 13일

△관리자 : 양산시장

△소재지 : 경남 양산시 상북면 신전리 95

△분류 : 수목

꽃샘추위가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입하(立夏)를 훌쩍 지났다. 봄과 이별하고 여름을 맞는 절기가 입하다. 수줍게 고개를 내밀던 새싹들이 제법 짙은 녹색으로 변하면서 여름을 느끼게 해 준다.

봄과 여름의 경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나무가 이팝나무다. 잎이 진녹색으로 바뀌기 전에 순백색의 꽃이 피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공식 영명은 'Retusa fringe tree'지만 봄에는 마치 눈이 내린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Snow flower'라고도 한다.

이팝나무는 농경문화와 관계가 깊다. 여름 기운을 알리며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면 개구리는 짝을 찾기 위해 요란하게 울어댄다. 제비는 둥지를 짓기 위해 쉼 없이 재료를 물어나르고 일찍 짝을 찾은 제비는 날아다니며 새끼를 위해 끊임없이 곤충을 잡아간다. 농부는 못자리 만드는 일손이 바빠진다. 이럴 때 이팝나무에 순백색 꽃이 피어난다. 선인들은 이팝나무 꽃이 풍성하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쌀밥을 수북이 쌓아올린 밥그릇을 연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팝나무 꽃이 필 때면 동네에서 가장 큰 나무 아래 풍년을 기원제를 올렸다. 지금은 밥이 비중이 낮지만 옛날 밥이 주식일 때 사람들은 제를 올리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풍년을 기원했을 것이다.

양산 신전리이팝나무를 찾았을 무렵 그간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 안쓰러웠다. 하늘을 떠받치던 나뭇가지는 힘을 잃고 지주목에 의존하고, 코끼리 다리처럼 튼튼하던 밑동은 수술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이팝나무가 천수를 다했음을 직감했는지 주변에 묘목을 식재해 두었다. 마주보고 서 있는 팽나무는 청년의 기운이 넘쳐 상대적으로 이팝나무가 더 힘겨워 보였다.

※참고 : 우리나라에 천연기념물 이팝나무는 모두 7그루다. 경남에 3그루가 있는데, 양산시 신전리이팝나무(제234호), 김해시 신천리이팝나무(제185호), 김해시 천곡리이팝나무(제307호)다. 나머지는 전남에 순천 평중리(제36호)·광양 인동리(제235호), 전북에 고창 중산리(제183호)·진안 평지리(제214호)에 있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