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공간 생겨' 반색-회의적 시선도 있어…환경단체 "생물 살기 어려워"

19일 낮 창원 회원천. 전날 비를 뿌려서인지 여름 햇살 못지않다. 화창함을 넘어 따갑다 보니 아직 인적은 드물다.

회원천이 새 단장을 마쳤다. 창원시가 국·도비 총 301억 원을 들여 시행 중인 '회원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1단계 마무리다. 합포동 용마주차장부터 오동동 해안로까지 1.05㎞ 구간에 기존 복개 구조물을 철거하고 하천 바닥·벽면을 정비하는 한편, 산책로와 덱로드 등을 설치했다.

매끈하고 그럴 듯하다. 말만 해양도시일 뿐 물과 가까운 휴식·여가 공간이 도심에 없었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보다 반기는 건 인근 주민. 아내,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온 조진호(33·회사원) 씨는 "오래된 집과 건물 등 주변 환경이 칙칙한 편이었는데 쾌적한 공간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옛) 창원 쪽에서 이사를 왔는데 너무 비교가 됐다. 바람도 시원하고 LED 조명이 켜지는 등 밤에 더 와볼 만하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데 집값도 좀 오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지난 19일 저녁 창원 회원천 풍경. 2011년 철거된 오동동 아케이드가 있던 자리다. /고동우 기자

진짜 쾌적한 공간인지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환경단체는 산책로 등 인공 구조물이 가득한 하천은 생태하천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흙과 물이 중심이 아니라 콘크리트·시멘트로 사람에게만 편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곳에선 생물이 제대로 살 수 없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생태계를 복원해야 하는데 창원시는 토목공사 하듯 하천을 정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창원시청은 이번 사업의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시 하천과 관계자는 "침수가 잦았던 회원천을 정비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조만간 착공할 2단계 회원천 상류 쪽 사업은 생태계 복원에 많은 비중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탄생한 회원천을 예의주시하는 이들이 또 있다. 근처 상인이다. 천 바로 옆에서 진주마트를 운영하는 김모(50) 씨는 "예전 오동동 아케이드에서 가게를 할 때는 아주 장사가 잘됐는데 옮기고 나서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은 유동인구가 좀 늘어나는 것도 같고, 오면가면 하나라도 더 사먹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상인도 "환경이 좋아지면 개발 수요도 늘어나고 사람도 몰리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회의적 시선도 없지 않다. 광포실비집 주인 서유진(59) 씨는 "젊은 사람이 모여야 장사가 되는데 70·80대 노인이 대부분이다. 장사한 지 15년 정도 됐는데 잘될 때와 비교해 수입이 반 토막이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구찜 전문점을 하다 1년 전 문을 닫은 허성인(64) 씨도 같은 생각이다. "젊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극장, 백화점 등이 들어서면 모를까, 회원천에 산책로 생겼다고 장사 안 된다. 창동·오동동 상권 등과 연계해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

헤럴드공인중개사사무소 김맹룡 소장은 지난 3년여간 회원천 공사 때문에 피해가 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창원시와 시공사를 상대로 민사소송까지 건 상태다. "오동동 아케이드를 철거하고 복개된 땅을 뚫고 부수고 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소음, 분진, 진동이 생겨 고통이 심각했다. 내 사무소뿐 아니라 벽과 바닥 등이 금이 가고 변형돼 함께 소송을 건 이가 여럿이다. 충분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공사를 진행한 책임을 창원시가 져야 한다."

김 소장 사무소 출입구는 제대로 여닫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생태하천으로 복원 중인 회원천 바로 옆 교방천에선 '두르륵' '쿵쾅' 요란한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오후 7시. 공기가 선선해지자 하나 둘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직장이 근처라 산책을 나왔다는 민모(35) 씨는 "과거엔 차량과 뒤섞여 걸을 수밖에 없었는데 산책로와 덱로드가 생겨 편안하고 좋다"면서 "오동동 아케이드에 대한 추억이 많다. 지난날 이곳이 어떤 공간이었는지 알 수 있는 표식이나 사진·전시물 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회원천만큼 마산이라는 도시의 굴곡을 잘 압축하고 있는 곳도 없는 듯하다. 1970∼1980년대 '마산 청춘 남녀 해방구'로 불릴 만큼 번영했던 오동동 아케이드가 있던 곳. 아케이드는 시설 노후화와 상권 침체 등으로 38년 만인 지난 2011년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고 4년여 만에 지금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근처 상인과 주민은 옛 영화를 또렷이 기억하며 부활을 갈구하는 듯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는 없었다. 

각자 소망과 기대는 다르지만 이곳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이들부터 이제 갓 마산에 터 잡은 앞서 조진호 씨 같은 사람까지. 그들 모두가 회원천의 또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나갈 주인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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