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장님]산청 노은마을 김보현 이장

산청군 생초면 소재지에서 동북방향으로 5㎞ 정도 가면 노은마을이 나온다. 현재 61가구 91명의 주민이 벼농사와 대봉감, 그리고 마늘 등을 재배한 소득으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의 대변자이자 일꾼인 이장은 산청군 내 어느 마을 이장보다 남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다름 아닌 김보현(여·36·사진) 이장은 산청군 내 이장 중에서 제일 나이가 적은 데다 비혼 이장이다.

대부분 농촌 지역이 그렇지만 인구 고령화로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서 나이도 얼마 되지 않은 여성이 마을 어르신들 요구에 만족할 만큼 이장직을 수행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김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큰 어려움 없이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씨가 이장이 된 계기는 지난 1월 노은마을 이장으로 새로 선출됐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해 마을 어른들 권유로 지난 3월 24일부터 이장직을 맡게 됐다. 이제 채 2개월도 되지 않은 새내기 이장이다. 더구나 김 이장은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까지 생초에서 생활하다 부산서 대학을 다닌 후 창원 모 경비업체에서 회사생활을 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허리와 어깨를 다쳐 회사 생활을 접고 올해 초 고향에 돌아오게 됐다.

태권도가 무려 5단인 김 이장은 "지난 1월 전 이장님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마을 어른들께서 이장을 맡으라는 권유가 있었는데 그때는 '이장직을 제대로 못 해 부모님과 마을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사양했었다"며 "하지만 두 번째 이장 제의를 받고는 거절을 못 해 맡게 됐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마을 어르신들에게서 배워가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장직을 맡을 때 부모님께서 몸도 좋지 않은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셨지만 몸이 좋지 않다고 집에만 있는 것보다 활동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장은 "제가 어릴 때에는 마을이 활기찬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침체해 있는 것 같다"며 "마을 발전은 물론 활기찬 마을로 만들고 싶다"고 이장으로서 소망을 전했다.

여기다 그는 "이장을 맡은 지 1주일쯤 됐을 때 마을 내 사업관계로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어른들만 사용하는 언어들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어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적응됐다"며 "어른들께서 젊다고, 여자라고 무시하지 않고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마을 어른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2남 3녀 중 넷째인 김 이장은 "어릴 때 골목대장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이런 성격 덕분에 이장직을 수행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하늘과 땅에 부끄러움 없이 살자'를 좌우명으로 살아간다는 김 이장은 "마을 곳곳에 싱크홀 같은 것이 많아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면사무소에 건의했는데 내년 예산에 반영돼 이 사업이 꼭 완료됐으면 좋겠다"고 마을 사업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창규 생초면장은 "생각보다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면사무소에서 행정을 펼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라며 "마을 주민 모두 이장을 중심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 앞으로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비록 건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당차게 마을 일을 챙기는 김보현 이장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꿈과 소망이 이루어져 노은마을이 더욱 잘살고 발전하는 마을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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