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김영주·김성희 부부

"학창 시절 짧은 인연, 그리고 10년 만에 다시 만나 일사천리로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김영주(28)·김성희(27) 부부는 지난 3월 14일 결혼했다. 그리고 7주 된 아이가 배 속에 있다.

둘이 처음 만난 건 고교 시절이다. 영주 씨는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성희 씨를 보게 된다.

"딱 봤는데 정말 예쁜 거예요. 바로 다가가 연락처를 물어봤죠. 그때는 제가 숫기가 없는 편이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다행히 큰 거부감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주더군요."

둘은 종종 연락했고, 주말 어느 날에는 남해에 함께 놀러 갔다. 성희 씨가 싸온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탄력받은 영주 씨는 그날 저녁 성급한 마음을 드러낸다.

"제가 사귀자고 말했는데요, 생각을 잠시 하더니 자기는 공부해야 한다며 거절하더군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돌려서 말한 거죠."

영주 씨는 아니다 싶은 것에는 포기도 빠르다.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우연히 만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잊힌 존재가 됐다. 하지만 인연은 그리 느슨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김영주·김성희 부부.

"동네에서 친구들이랑 술 한잔 하다가, 예전에 알던 여동생을 만나게 됐죠. 그 친구도 저와 성희의 예전 일을 알고 있거든요. 얘기 나온 김에 그 친구를 통해 성희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죠."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는 말을 둘은 빨리 실행했다. 옛 이야깃거리가 있어 어색함 같은 건 없었다. 특히 영주 씨는 고교 시절 느낌이 되살아났다. 성희 씨도 영주 씨가 좀 달라 보였다. 예전보다 성격도 활발하고, 말도 재미있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 진전은 시간문제였는데, 그것을 좀 더 단축하는 일이 일어난다.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해 있었어요. 퇴원하는 날 성희가 병문안을 왔고요. 함께 병원을 나섰는데 또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차가 많이 망가졌지만 다행히 둘 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함께 병원에 갔죠. 금요일 저녁이라 입원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발걸음 돌려 저녁이나 먹었죠. 그 자리에서 성희가 먼저 '사귀자'고 하더군요. 며칠 후 함께 입원해 병원서 첫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영주 씨는 예전부터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 보험 일을 하는 그는 안정적인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었다. 늦어도 28살 안에는 결혼한다는 생각이었다. 27살이던 영주 씨는 성희 씨에게 "지금 나를 만나면 같이 살아야 한다"는 점을 일찌감치 말해 두었다. 그 덕에 연애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다. 요즘은 결혼 전 많은 이가 프러포즈 이벤트를 한다고 하는데, 영주 씨는 생략했다. 대신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

"이벤트 하면 어차피 돈이 들 텐데, 차라리 원하는 선물을 해 주는 게 실용적이라고 생각한 거죠. 둘 다 만족했습니다. 하하하."

흘러간 시간을 두고 '만약에'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 있을까 마는, 그래도 둘은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고등학교 때 우리가 사귀었다면, 지금 이렇게 함께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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