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릅 뜨고 원자력] (6)고리원자력발전소 내부

한국언론진흥재단 원자력연수 마지막 날인 4월 24일. 고리 발전소에 들어가는 날이다. 전날 밤 취했지만 각오를 다졌다. 경남 양산시 전역과 김해시 일부, 부산시와 울산시 시민들 반경 30㎞ 생활권 속의 원전이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입구부터 긴장감이 있었다.

'마이 돌맀다 아이가? 인자 고마 돌리자!' '약속한 이주 통해 새 삶터 보장하라!'

길천리이주대책위 이름으로 플래카드가 곳곳에 붙었다. 동네가 죽었다는 의미인지 마을 스피커에서 장송곡이 흘러나왔다.

10시 홍보관 내 접견실. 홍보팀 여성진 차장이 브리핑을 했다.

"고리에는 3가지 현안이 있습니다. 고리 1호기 수명 재연장 심의와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심의,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심의 등입니다. 어제 원안위에서 신고리 3호기 운영허가 심의를 다시 연기했습니다. 큰일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용 원전인데 5개월 이상 심의가 연기되니까 하루 3억 원 가까운 위약금을 물어주고 있습니다. 1호기 수명 재연장 시한은 2017년 6월까지입니다. 올해 6월 18일까지 원안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 수명 재연장 신청시한인 6월 18일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경남의 탈핵운동 연대단체인 탈핵경남시민행동은 그날에 맞춰 탈핵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여 차장의 브리핑이 계속됐다.

"고리 1호기가 안전하냐고요? 발전소 내부 원자로 안에 핵연료가 순환합니다. 이 과정이 안전하냐가 핵심입니다. 원자로 안은 물론 발전소를 덮은 돔 건물은 안전합니다. 원자로 안전의 핵심은 물과 전기입니다. 물과 전기가 중단되지 않고 공급돼야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는 전기가 차단되고 물이 차단됐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고리 1호기는 원자로 하나만 빼고 모든 기기가 교체됐습니다."

"오늘 신고리 2호기 내부를 둘러볼 예정입니다. 현재 고리원전 견학은 신고리 2호기에서 합니다. 어제 월성원전 내부를 둘러보셨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신원조회, 지문등록 등 출입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전망대를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예 그러죠."

대세였다. 이거 큰일났다. 이 지역 기자로 고리원전 내부 견학을 빼먹을 수 없다.

"아뇨. 이런 기회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정한 대로 둘러봤으면 합니다."

두 팀으로 나누자, 그냥 전망대에 가자는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전망대 방문으로 낙찰. 이런 이런, 원통했다. 11시에 결국 전망대.

원통형 돔 형태의 고리 1·2호기와 원형 돔 형태의 3·4호기, OPR-1000 모델의 신고리 1·2호기, 효암천 건너 울산시 울주군 신리 APR-1400 모델의 신고리 3·4호기가 전방위 3면에 펼쳐졌다.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반대 10년 투쟁의 진원인 신고리 3호기.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161기의 765㎸ 송전탑이 여기서부터 연결됐다. 그뿐만 아니다. 고리 일대는 원전시설만큼이나 송전탑 천지다. 일대에 송전탑이 50기가 넘는다.

여 차장은 "신고리 5·6호기 터 인근의 신리 일대 주민들 역시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장군 길천리 주민들과 울주군 신리 주민들의 이주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도 전했다. 고리 1~4호기의 경우 580m,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700m 이격거리 규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신고리 5·6호기까지 건설되면 세계 최대의 원전밀집지역이 된다는 고리원전. 전망대에서의 심경은 착잡했다. 이 일정으로 한국언론진흥재단 원자력 연수는 끝났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