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차별받는 기간제 교사…대부분 1년 단위 계약 체결, 정교사보다 수업·업무 부담

기간제 교사 경력 5년 차 박모(35) 씨.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까지 다니다가 뒤늦게 사범대학에 편입했다. 중등교사를 꿈꾸던 박 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계속 떨어졌다. 교사 모집 정원도 적고 채용 계획이 들쑥날쑥한 탓에 임용고시에 마냥 매달릴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기간제 교사를 선택했다. 기간제 교사는 육아휴직·병가 등으로 결원 교원이 생겼을 때 교원자격증 소지자를 학교장이 채용할 수 있다.

박 씨는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두루 거쳤다. 학교 현장에서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고, 업무 비중이 컸다. 업무 분담할 때 교사들끼리 신경전을 벌일 정도다.

박 씨는 "승진 점수를 쌓는 부장교사들과 살아남고자 열심히 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가 없으면 학교가 안 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똑같이 학생을 가르치고 행정업무를 해도 비정규직 교사는 학교 안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교사가 갈수록 늘면서 처우가 개선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기간제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도내 교사 10명 중 1명 기간제 = 경남교육청 교원 현황을 보면, 올해 4월 1일 현재 도내 초·중·고교 기간제 교사는 2013명이다. 정교사 2만 857명과 비교해 9.6%이다. 교사 10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셈이다. 중학교가 758명(정규 5509명. 14%)으로 기간제 교사가 가장 많았고, 초등학교 615명(정규 1만 220명. 6%), 고등학교 640명(정규 5128명. 12%)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1444명이던 도내 기간제 교사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 1779명에서 올해 더 늘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육아휴직이 만 6세에서 만 8세로 확대되고, 불임·난임·질병 휴직기간이 늘면서 기간제 교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불안, 교육 질 불안으로 = 기간제 교사들이 가장 힘든 점은 역시 고용불안이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 기간제 교사들은 업무 분담할 때 정교사들보다 불리하다. 수업은 수업대로, 업무는 업무대로 기간제 교사에게 떨어지는 부담이 커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처지다. 한 기간제 교사는 "힘들고 해봤자 본전인 업무들, 예를 들어 학교폭력 담당이나 힘든 학년의 담임은 대부분 기간제 교사가 맡는다"고 밝혔다.

실제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율이 증가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2013년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62%, 중학교 75%, 고등학교 55%가 담임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69%, 중·고등학교 61%로 조사됐다. 정규직 교사들이 꺼리는 학급 담임이 비정규직 교사에게 필수 업무가 돼버린 것이다.

◇정규직 교사 늘려야 = 기간제 교사 비율이 늘면서 처우개선 문제는 물론 교육과정 운영의 안정성과 전문성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송호선 정책실장은 기간제 교사 처우 문제와 관련해 "올해 도교육청과 단체협약을 통해 계약직 교원의 휴가 보장 지침 마련, 정규직과 동일한 호봉 승급 건의, 맞춤형 복지혜택 부여 등 처우개선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송 정책실장은 이어 "방학에도 기간제 교사가 임금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요구했으나 교육청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올해는 당장 어렵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규직 교사를 늘리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나가면 담임교사의 비정규직 비율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학교에서는 정교사를 충분히 늘려야 하는 데도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로 신규 채용을 꺼리고, 부족한 인원을 기간제 교사나 시간 강사로 채우고 있다.

30대 중반인 한 기간제 교사는 "중학교 한 반 정원이 35명 정도 되는데 학급당 정원이 줄어들면 담임 기피 현상도 나아질 것"이라며 "요즘 학생들은 예전과 다르다. 30명만 넘어도 애들을 일일이 상대하기 어렵고, 상담도 안 된다. 교사들을 많이 수급해주면 교원 정체 인원이 해소되고 학생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부터 차별 없이 평등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일단 교사가 신분(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어 있다는 것 자체가 교육적이지 않고 불편한 일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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