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우리 아이들 졸업 때까지 학교에 있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싶은 스승이 떠오릅니까? 학교에는 다양한 교사가 있습니다. 교장·교감·부장교사·평교사·특수교사·영양교사·보건교사, 그리고 기간제 교사·시간강사·산학겸임교사·명예교사 등이 있습니다. 교사들 간에도 서열, 계급이 있다고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입니다. 늘어만 가는 비정규직 교사. 이들은 모두 선생님으로 불리지만,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기간제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습니다. 여러 명과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하나같이 신원이 밝혀지는 걸 꺼렸습니다. 언제, 어디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교사들의 현실이 느껴졌습니다. 한 기간제 교사와 주고받은 인터넷 메일을 그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주 조심스럽고 부끄러워했지만, 기간제 교사들의 현실을 조목조목 잘 정리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기간제 교사 경력 4년 차이고요, 중학교에서 근무 중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래도 고용불안이 가장 힘들죠. 기간제 교사는 짧으면 1개월짜리도 있고, 길어야 1년이니까 1년 뒤에도 내가 이 학교에 있을 수 있을 것인가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게 굉장히 불안한 요소가 되죠.

1년 계약이다 보니까 뭐 한 9∼10월? 찬바람 불어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불안한 거죠.

아이들한테 100%의 애정을 쏟다가도 내가 이 아이들 졸업할 때까지 볼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러니까 1년 후, 2년 후 그런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당장 몇 달 후를 예상할 수 없으니까.

아이들도 천진난만하게 "선생님∼ 저희 졸업해도 이 학교에 있으세요. 찾아올게요!"라고 하는데, "그래∼"라고 쉽게 대답을 못하는 거죠.

제도적으로 기간제 교사를 쓸 수밖에 없는 건 뭐 이해한다 하더라도 고용 안정은 좀 됐으면 좋겠어요. 현실적으로 일을 해보면 1년은 정말 눈 깜짝하면 가버리니까. 무언가 내가 불안을 느끼지 않고 뚜렷한 교육관을 가지고 원하는 대로 교육을 하기에는 너무 짧더라고요. 그래서 계약 기간이라도 좀 길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떤 교사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죠. 성적도 더 잘 나와야 하고, 담임이라면 우리 반이 절대 문제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것들, 아이들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평범한 실수나 사고들까지도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죠.

뭐 그런 압박감이 있어요. 항상 관리자로부터 행동 하나하나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래서 제가 원하는 교육방식을 고수하기가 어렵죠. 눈치도 봐야 하고, 그래서 제 의견을 소신껏 주장할 수 없죠.

그럼에도, 보람있는 때는 당연히 아이들이죠. 아이들이 자기가 만난 선생님들 중 제가 가장 좋은 선생님이라고 이야기해줄 때 그럴 때는 당연히 보람을 느끼죠.

정교사와 차별을 물으신다면, 제가 기간제 교사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서 보는 이야기들이나 친구들한테 듣는 이야기가 있지만 지금 제가 있는 학교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정교사들은 나이가 다 많으시고 그나마 젊은 교사는 기간제 교사예요. 그래서 사실 기간제 교사라서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나이가 어리니까 일을 좀 더 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서 별로 할 말이 없네요.

큰 학교라면 같은 나이의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로 나뉠 것이고, 그러면 상대적 박탈감이 훨씬 심하게 들게 되죠. 기간제 교사들 카페에 보면 기간제 교사에게 정교사가 피하는 강도 높은 업무를 과다하게 맡기는 경우도 많고, 요즘은 담임을 꺼리니까 담임은 전부 기간제 교사로 채우는 경우도 있어요. 1년 계약을 부분부분 잘라서 방학 월급을 주지 않거나, 365일 중에 하루 모자라게 계약해서 퇴직금을 안 주거나, 학생들이 기간제라는 걸 알고 "선생님 알바라면서요?" 뭐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무시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에게 스승의 날이란? 어려운 질문인데, 제가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선생이었는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는 날인 것 같아요. 수고했다고 스스로 다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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