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사회적 경제] (13) 복합매장, 지역 커뮤니티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자활 단체 등 사회적경제 주체가 만들어낸 물품을 일상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획된 박람회나 장터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같은 물품을 전시·판매하는 매장이 생겨났습니다. 사회적기업 매장만 놓고 보면 현재 전국에 40여 곳이 있지만, 수도권에 대부분 몰려 있고 경남에는 아쉽게도 단 1곳뿐입니다. 경남의 유일한 매장은 지난 2013년 8월 문을 열었습니다.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가 운영하는 복합매장입니다. 이곳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준비하는지 들어봤습니다.

◇갈 길 먼 복합매장 = 전국 공통으로 쓰는 사회적기업 상품 판매장의 이름은 '스토어(Store) 36.5'다. 2012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산한 이 매장은 애초 복합형 판매장을 지향하고 있다. 우선 사회적기업이 만든 제품이나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울러 여러 이벤트나 프로그램을 진행해 사회적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커뮤니티 역할까지 한다는 취지로 매장이 들어섰다.

온라인에는 'e-store 36.5'(www.e-store365.or.kr )가 있다. 사회적기업은 상품을 등록할 수 있고, 소비자는 등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식품, 생활용품, 사무용품 등을 보고 구매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는 전국적으로 숍인숍(shop in shop)이 많다. 단독 매장은 7곳에 불과하고, 숍인숍 형태가 32곳이다. 대부분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매장 안에 별도 공간을 두고 사회적기업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모습이다. 아직 열악한 사회적기업의 처지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경남지역 '스토어 36.5'는 카페와 진열 매장 등을 갖춘 채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덕재 버스정류장 맞은편 백화아트빌 1층에 마련됐다. 이곳 2층에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가 함께 문을 열면서다. 특히 컨설팅·교육·판매 등이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서 센터가 문을 연 것은 전국 첫 사례이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물품 판매 복합매장인 '스토어 36.5' 내부 진열대 모습./이동욱 기자

하지만 운영 2년을 채워가는 현시점에서 경남의 '36.5' 매장이 복합형 판매장으로 자리매김했는지 따진다면 물음표를 달 수밖에 없다.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강분애 회장과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 '스토어 36.5' 박윤정 점장(협의회 사무국장)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재미난 활동으로 채우고 싶다" = 고용노동부가 제공한 공간에서 협의회가 카페와 진열 매장을 꾸려가고 있다. 박 점장이 바리스타 팀장과 함께 운영 중이다.

박 점장은 올 2월부터 이곳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매장의 미래에 대해 "잘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한다. 해보고 싶은 일도 많다. "전국적으로 이익을 많이 못 내고 힘들어하는 매장이 많고,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죠. 그래도 경남 매장은 좋은 평가를 듣고 있어요. 예비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 제품을 이렇게 전시, 판매하는 곳도 드물거든요."

지원센터 안에서 일하는 이들과 교육장을 활용하는 단체 덕분에 매장 이용 인구는 꾸준한 편이다. 최근에는 커피 등 주메뉴 레시피를 다듬었다. 통영에 있는 로스팅 카페인 '모노비'에서 커피를 들여오고 있다. 또 '오늘의 시음차' 테이블을 두고 비트차 등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해놓았다. 김해에 있는 사회적기업인 '인제베이커리' 빵 또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합쳐 브런치 메뉴도 만들어볼 생각이다.

경남사회적기업협의회 강분애(왼쪽) 회장과 경남사회적기업지원센터 '스토어 36.5' 박윤정 점장(협의회 사무국장)./이동욱 기자

지난달부터는 사회적기업이 홍보 효과를 누리면서도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매장에서 물건을 전시·판매하는 기업에 판매 금액 20%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매장 주변은 합성동 번화가에서 떨어져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그리 활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이 바로 앞에 있고, 대로변이어서 쉽게 눈에 띈다.

강 회장의 이야기다. "이곳 매장은 지역사회에 좋은 물건을 소개하는 장소예요. 좋은 물건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홍보해야 할지 늘 고민이죠. 결국 사회적기업 판로 확보로 이어져야 하거든요. 지금은 전시·판매 물품이 모자라요. 가득 채워야 하죠. 우리 지역 사회적기업 물품을 발굴하고 판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전국에서 오는 물품은 후자죠. 경남에 없는 것은 다른 지역 물품으로 채우고요."

올해 첫 이벤트가 있었다. '대보름전'이었다. 사회적기업 생산물 가운데 나물이나 곡물 종류 상품을 한데 모아 내놓은 것이다.

'오늘의 시음차' 테이블. /이동욱 기자

"이렇게 재미난 이벤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계절별 절기마다 이벤트를 열 생각인데, 아이디어를 쌓아두고 있어요. 홍보가 관건이죠. 매장 활성화로 착한 소비가 확산하고, 착한 가게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앞으로 창원지역 예술가, 인재들을 불러와 함께할 수도 있고, 1사 1사회적기업 매칭도 늘고 있는데, 지역 기업과 함께 작은 문화 행사 등을 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서 무언가 시도해보면서 조금씩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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