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그후]'함양 흑돼지와 함께한 삶'박영식 씨

지난 2013년 8월 '맛있는 경남-함양 흑돼지' 편을 위해 박영식(56) 씨를 찾았다. 그는 함양군 유림면에서 흑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이였다. 본격적으로 흑돼지 사업을 한 지 10년가량 됐는데, 흑돼지 역사에 대해 잘잘 꿰고 있었다. 사육두수는 모두 6500여 마리로 단일 농가 중 최대 규모 수준이었다. 한때 화재로 400마리 넘는 흑돼지가 폐사하는 아픔도 있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재기했다. 특히 한약재 찌꺼기를 사료로 사용하면서 새끼 흑돼지 설사가 사라지는 기쁨을 얻기도 했다. 당시 박 씨는 한 가지 야심한 계획을 준비 중이었다.

"생산 노하우는 정착됐습니다. 이제 흑돼지 판매·체험·시식·관광을 한데 모은 '흑돼지타운'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지났다. 최근 다른 언론을 통해 그의 이름을 접할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흑돼지는 영국에서 들어온 버크셔라는 종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재래종보다 번식력, 육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우리흑돈'이라는 품종을 개발했다. 국립축산과학원 현장명예연구관인 박 씨도 그 중심에 있다.

2013년 8월 '맛있는 경남-함양 흑돼지' 편 취재를 위해 만났던 박영식 씨. /경남도민일보 DB

"'우리흑돈'은 재래종 암퇘지와 개량종 수퇘지로 만든 종입니다. 38%대 62% 비율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 농장에서 10여 마리를 시험 삼아 길러보고 있는데 다른 농가에 보급해도 문제없을 것 같아요. 번식력·육질 면에서 버크셔 품종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외래종을 키울 필요 뭐 있겠어요. 우리 것이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이놈을 택해야지요. 저는 이걸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가 키우고 있는 전체 흑돼지는 더 늘어서 7000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계획했던 '흑돼지타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함양 사람들이 장사에는 눈이 어두워요. 흑돼지 사육하는 사람은 많지만 유통하는 이들은 없어요. 저도 전북 남원시 운봉에 물건을 대주는데, 그러면 브랜드가 '남원 흑돼지'로 되어 팔리는 거죠. 함양이 흑돼지 본산인데도 이름에서 밀리는 건 그런 이유가 크죠. 그래서 판매·유통이 가능한 흑돼지타운이 필요했던 겁니다. 지금 함양 상림공원 바로 옆에 흑돼지타운 건물을 짓고 있습니다. 가을쯤 완공되면 올해 안에 개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양 상림공원에 들렀다가 이곳을 찾으면 흑돼지 뒷다릿살로 햄·소시지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습니다."

박영식 씨는 현재 흑돼지 단일농가 최대 규모인 7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아프리카에서도 함양흑돼지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프리카 레소토공화국 왕실과 교류하며 흑돼지 등 축산기술 전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함양흑돼지가 아프리카 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레소토공화국 현지인들을 함양에 데려와 몇 년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관리해야 하는 행정적인 문제가 연결돼 있어 쉽지는 않은 분위기다. 그는 행정기관에서 이런 부분에 신경썼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사육, 품종 개발, 전시·판매장 건립, 다른 나라에 보급까지…. 여전히 함양흑돼지와 함께하고 있는 박 씨는 얼마 전 3년 임기의 바르게살기운동 함양군협의회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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