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이태열 고성 거류면 도산촌마을 이장

'주민 목소리는 마을 이장한테서 나와 면과 농협, 군에 전달된다'고 마을 주민들이 믿는 이장이 있다. 고성군 거류면 도산촌마을 이태열(60·사진) 이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도산촌마을은 임진왜란 때 창원 구씨(昌原 具氏) 사충(四忠 : 구응진(具應辰), 구응삼(具應參), 구응성(具應星), 구동(具棟))의 후손이 본향(本鄕)인 송정(松亭)에 거주하다가 이곳에 이주해 정주했다.

수풀이 무성해 마을 전체가 숲 속에 있는가 하면, 마을이 산속 깊숙이 있다 해서 도산촌(道山村)이라 했다. 그 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산촌이라 부르다가 지난 1997년에 다시 도산촌으로 개명해 부르고 있다.

도산촌마을에는 68가구에 149명(남자 76명, 여자 73명)이 살고 있다. 구씨가 30가구, 이씨는 11가구다. 구씨 집성촌에서 이태열 이장은 마을 화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논농사, 밭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며 나이 많은 노인이 많지만 이장이 중심이 되어 주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힘든 농사일을 극복하고 있다. 마을이 산속 깊숙이 있다고는 하지만 교육수준도 높은 편이며, 관계(官界)에 진출하는 인재가 많고 장성 등 군인이 많이 배출되는 마을이다.

이 이장은 지난 2001년부터 이장직을 맡고 있다. 이 이장은 "처음 이장이 됐을 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만 마을 일을 내 집안일이라 생각하고 하다 보니 이렇게 오랫동안 이장을 맡아 하고 있다"고 했다.

임기 2년인 이장직을 15년째 연임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마을 주민들이 이장을 믿고 의지하며 인정한다는 뜻이다. 창원 구씨 집성촌임에도 이 씨가 오랫동안 이장 일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도산촌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살아온 이 이장은 마을 일이 곧 내 일이라 여기고 앞장서서 해결했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이 이장 모습을 보고 4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장 일을 맡겼단다.

이 이장은 그동안 마을 대소사를 직접 챙기며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은 궂은 일이든 좋은 일이든 가리지 않고 했다. 특히 숙원사업이었던 마을회관 개보수를 마쳤고 최근에는 마을 농로 포장을 마무리 지어 주민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또한 주민 목소리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행정에 전달하고 일을 할 때에도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하는 성품이라 주민들 신뢰가 두텁다. 마을 주민들에게도 "이해관계를 떠나 행정에서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군이나 면에서도 도산촌마을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마을 회의 때마다 주지시키고 있다.

최근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도산촌마을은 여느 시골마을과 마찬가지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편안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마을 안길 포장 공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이 이장의 바람이다. 그는 자동차가 마을 구석구석 잘 다닐 수 있어야 마을이 발전하고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을 안길 확장과 포장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이 이장은 "지금처럼 농사를 지으면 괜찮다. 문화적 혜택도 많이 누리고 고소득 작물인 시금치 농사를 하다 보니 생활도 안정된 편"이라며 "뭔가 많은 걸 바라고 일하지는 않는다. 그저 마을이 화합되고 조금이나마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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