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창원합성1구역 재개발 주민 감정가 턱없이 낮아 이주 못해

40년 살던 동네가 재개발되면서 ㄱ(63·무직) 씨는 폭력 등 전과 3범이 됐다. 재개발을 찬성하는 주민을 때렸다는 혐의다.

4년 전 뇌경색 진단을 받은 ㄱ 씨는 최근 재개발로 말미암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별거 아닌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특히 재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조합, 이주·철거에 나선 용역업체만 보면 극도로 흥분된다.

급기야 어버이날인 5월 8일,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ㄱ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끌려갔다. ㄱ 씨는 강제집행 최고장을 전달하러 온 법원집행관을 방해하고,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ㄱ 씨가 흉기를 내려놓지 않자, 테이저건을 쏴 제압했다.

경찰은 ㄱ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기각하면서 ㄱ 씨는 10일 오후 집에 돌아왔다.

"내 집, 내 가족, 내 재산을 지키고자 했다. 정당방위다"라고 ㄱ 씨는 항변했다.

지난 10일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지역인 합성1구역은 철거 진행 중이었다. 조합 측은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과의 충돌에 대비해 경비업체를 고용했다. /김민지 기자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지역인 합성1구역은 지난 4월 21일 철거가 시작됐다. 그날 조합 측과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측 사이에 충돌이 있어 주민 11명이 업무방해죄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조합 측은 철거를 방해하는 주민을 향하여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진이나 동영상에 찍힌 주민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ㄱ 씨가 경찰에게 붙잡혀 가던 날 ㄴ(여·71) 씨도 현장에 있었다. "경찰이 쏜 총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 때문에 지금까지(10일)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다. 병원을 찾아가 약도 먹었다.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 가운데 경찰에 여러 번 갔다 온 사람도 많아 남편도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야단이다. 혹시나 경찰에 끌려갈까 봐." 24평 아파트에 사는 ㄴ 씨는 감정가가 8800만 원 나왔다.

ㄴ 씨는 "최근 급매로 나온 같은 평수의 아파트를 알아봤는데 1억 4000만 원이었다"라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ㄷ(76) 씨는 "돈 없는 사람만 남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철거가 진행 중인 지난 10일 오전. 검정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남녀 12명이 평균 70대로 보이는 주민들을 막아섰다.

"이대로 이 동네에 살게 해달라"는 주민들 외침에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다"는 용역업체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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