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자발적 문화공동체] (1)김해 '재미난 사람들'

최근 문화예술공동체가 지역별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별한 지원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찾으면서 더 많은 이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이들 공동체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보면서 지역의 밝은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창간 16주년을 맞은 경남도민일보가 크고 웅대한 단체가 아니라 소박하게 생겨나는 이들 단체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이들이 지역민과 호흡하며 지역의 작은 문화 싹을 틔우는 것처럼, 경남도민일보도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며 지역의 소중한 문화를 키워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김해·진주·창원 등에 스스로 피어난 문화공동체를 다섯 차례에 걸쳐 다룰 예정입니다.

김해문화의 전당, 연지공원 인근의 '재미난 쌀롱'. 알 만한(?) 이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곳이다. 겉에서 보면 소박한 카페다. 프랜차이즈 범람시대에 개성 있는 카페가 있을 법도 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카페 운영자들이 문화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오후 '재미난 쌀롱'을 중심으로 한 '재미난 사람들'을 만났다.

◇'재미난 사람들'로 모이다 = 카페 '재미난 쌀롱'은 지난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앞서 2009년부터 김해시 부원동 '부뚜막 고양이'라는 곳에서 '예술가의 놀이터'를 만들어왔던 이들이 이곳에서 새롭게 뭉쳤다. 온라인에서 '쌀롱 언니'(김혜련), '하라'(김충도), '광석이'(류하식), '안개풍경'(구문조)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이들이 차례로 거처를 옮겨와 '재미난 쌀롱'을 중심으로 모였다.

왼쪽부터 '재미난 사람들' 류하식, 박선미, 구문조, 김혜련, 김충도 씨.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재미난 쌀롱'은 김혜련(44) 작가, 김충도(43) 기타리스트가 운영하고 있다. 쌀롱 근처에 류하식(41), 박선미(42) 부부가 '플라타너스 부부의 재미난 사진관'을, 사진작가 구문조(39) 씨가 '돈까스 공업사' 음식점을, 김서운(44) 씨가 비앤비(Bed and Breakfast·아침식사를 제공하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 숙박) 형태의 '게스트 아파트 303'을 차렸다. 자신들을 합해서 '재미난 사람들'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돈까스 공업사.
플라타너스 부부의 재미난 사진관.

◇다양한 공연과 전시공간 = '재미난 쌀롱'에는 김혜련 작가의 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다. '재미난 사람들'의 얼굴을 개성 있게 그렸다. 쌀롱에서는 지금까지 다른 작가의 그림 전시회도 10번 정도 열었다. 카페 운영자인 김충도 씨는 기타교실도 열고 있다.

'재미난 사람들'은 각자 생계를 위한 활동을 하다 매주 수요일 충만한 예술 에너지를 내뿜는다. 이날 '재미난 쌀롱'에서 공연·토크쇼 등을 하는 수요쌀롱음악회를 열고 있다. 김충도, 류하식, 박선미 씨가 '고운동 밴드'라는 이름으로 자체 공연을 하기도 하고, 인디밴드를 초청해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가수 권나무, 조용호 씨 등이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 어느덧 지난 2월 100회 공연을 훌쩍 넘겼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무대로 꾸미자 참여자들이 자연스레 늘었다. '고운동 밴드' 참여자들은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며 웃었다.

'재미난 쌀롱' 공연 모습.

◇늘어나는 식구들 = 수요쌀롱음악회가 100회를 넘어서면서 마니아 층도 두터워졌다. 마니아 중에서 '재미난 사람들'에 합류하는 이도 늘었다.

우연히 남자친구와 '재미난 쌀롱'에 들렀던 박선자(35) 씨는 이곳에서 신혼생활을 꿈꾸고 있다. 이곳에서 조만간 배달 도시락 전문점을 열고, 오는 9월에는 '재미난 사람들'이 있는 거리에서 특별한 결혼식을 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박 씨는 "지나가다 간판 보고 우연히 '재미난 쌀롱'에 들렀는데 특이했다. 자꾸 찾게 됐다. 사진관을 신부대기실로 하고, 쌀롱 카페에서 식을 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외국여행을 하던 유정명(33) 씨는 "가수와 관객이 하나 되는 수요쌀롱음악회가 신선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외국 나갈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으로 옮겨와서 여행사를 차려 '재미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쌀롱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한 주종찬(45) 씨는 "'재미난 사람들'은 제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처음엔 일반인 공연을 보고 '이게 무슨 공연이지?' 했다. 생소했다. 이곳에서 가수 권나무 공연을 보고서 테이프도 사서 들었다. 들을수록 좋았다. 자주 찾게 됐다"고 전했다.

재미난 쌀롱.

◇"행복을 놓치지 않겠다" = 한 거리에 문화예술과 생활을 접목한 형태의 공동체가 움트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문화예술활동을 하면서 자신도, 이웃도, 모르는 이들까지도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김혜련 작가는 "쌀롱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사실 누가 보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내가 재밌어서 하는 일이다. 내가 행복한 일을 하면서 다른 주변인들도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관을 하는 류하식 씨는 "'부뚜막 고양이'에서 공연을 하면서 이곳까지 연결됐다. 쌀롱에서 공연도 하고, 사진관에서 밤마다 '목요 방바닥 극장'을 열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좋아하는 사진, 영화, 공연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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