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그래픽 활용 등 젊은 콘텐츠 확보·지역 문화 행사·공연 디딤돌 역할했으면

<전문> 언론 환경 변화로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지역 언론이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지역에 밀착하는 것이다. 이는 많은 독자와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경남도민일보>는 창간 특집으로 20대와 90대 독자를 한 분씩 만났다. 20대와 90대는 지금 <경남도민일보>의 주요 독자층은 아니다. 달리 말해 <경남도민일보>가 그동안 지역 청춘과 노년들에게 관심을 쏟지 못했다는 뜻이다. 두 독자의 이야기는 <경남도민일보>가 지금보다 더욱 넓은 품으로, 더욱 먼 시선으로 지역 독자를 끌어안아야 함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20대 독자 이지훈 씨

지난 9일 경상대학교 근처 카페에서 만난 이지훈(23·경상대학교 사회학과 3학년) 씨는 나이보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2010년 대학 입학하고서부터 지금까지 경상대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지훈 씨는 입학 때부터 쭉 <경남도민일보>를 챙겨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법 비판적으로 신문을 읽어 내고 있었다. 지역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진지했다.

-〈경남도민일보>를 꾸준히 챙겨보는 이유가 있어요?

"저는 지역 언론에 관심이 많아요.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전 편집국장이 쓴 <대한민국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도 찾아서 읽었어요. 지역 언론의 지난 촌지 관행과 왜곡 보도를 비판하고 지역 언론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솔직히 요즘 20대들은 종이 신문 안 봐요. 대학 신문도 학생들이 안 읽어서 발행부수를 줄이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종이 신문 좋아해요. 종이 신문은 질감도 좋고 들고 있으면 나중에라도 한 번 더 보게 되고 그래요. 언론 매체 중에서도 종이 신문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영상도 시각적으로는 전달력이 뛰어나지만 종이 신문은 필자만의 시각과 문체가 드러나서 좋아요."

이지훈 독자. /이서후 기자 who@

-그러면 그동안 <경남도민일보>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죠?

"우선 서울 지역 일간지와 달리 우리 지역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예를 들면 얼마 전 네팔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네팔로 이동학습을 떠난 창원 태봉고 학생 전원이 무사하게 귀국을 할 때까지 1면에 집중적으로 다뤘잖아요. 또 제가 집이 통영인데요, 얼마 전에 통영 관련 기사가 났기에 유심히 본 기억도 나네요. 그리고 <경남도민일보>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느낌이에요. 지난해부터 하는 '몰비춤'도 그렇고, '우리 결혼했어요'도 다른 데서는 잘 못 보는 거죠. 이 두 가지와 '동네 사람'은 제가 꼭 챙겨보는 코너인데요, 특히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가 재밌어요. 결혼 사례가 쉽게 드러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섭외하는 건지 궁금해요. 이 코너를 모티브 삼아 경상대 신문에 캠퍼스 커플의 연애 성공기를 담으려고 했었는데요, 섭외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나중에 헤어지기라도 하면 지면에 실린 기사를 없앨 수도 없고 해서 결국 못했죠."

-<경남도민일보>가 젊은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남도민일보>를 사람에 빗대면 40, 50대 자영업 하는 남성 이미지예요. 뭔가 전문적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느낌이 많고요. 경남지역 20대 대학생으로서 저는 지역 학생들이 자신을 잘 포장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경남 지역도 수도권만큼 학생들이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하고 역량도 뛰어나다고 보거든요.

마찬가지로 지역 신문도 조금 더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체적인 킬러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해 내고 젊은 독자층을 확보해야죠. 물론 <경남도민일보>는 지금도 다채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래도 예를 들어, 젊은 독자층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이나 픽토그램(pictogram·일종의 그림 문자) 같은 시각적인 요소를 지금보다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경남 지역에 있는 대학들과 손잡고 대학생 기자단을 모집해 한 면을 할애해서 젊은 층 소식을 젊은 층 시각으로 전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90대 독자 진재영 씨

진재영(창원시 마산합포구) 할아버지는 '새내기 독자'이자 '최고령 독자'라 할 수 있다. 한 달 전 〈경남도민일보〉가 마련한 강연 자리에 참석했다가 구독자가 된 할아버지는 만 91세(1924년생)다. 3년 전 백내장 수술을 한 이후로는 안경 없이도 신문을 본다.

-지금까지 지내면서 신문을 늘 접하셨는지요?

"요즘처럼 타락하기 전까지는 동아·조선, 그리고 신동아·월간조선을 보고 그랬죠. 이후에는 한겨레신문을 창간 때부터 받아봤어요. 그런데 한겨레도 지난 대선 이후에 끊어버렸습니다. 부정선거 주장이 많이 나왔잖아요. 그런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않기에 신문사에 전화도 몇 번 하고 그랬는데, 달라지는 게 없더군요. 인터넷으로는 경향신문, 주권방송, 통일뉴스, 진실의 길, 민족일보 같은 걸 보고 김어준 씨 나오는 팟캐스트도 즐겨 듣죠."

진재영 독자.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신문을 모두 끊었다가 〈경남도민일보〉를 자발적으로 받아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이전에 옥천신문·남해신문이 그 고장 여론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걸 들었습니다. 그 참에 〈경남도민일보〉 창간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고장에도 그런 신문이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죠. 그래도 솔직히 '얼마나 오래 존속하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만큼 시간이 흘렀고, 또 성장했다는 것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경남도민일보를 받아봐야지'라는 마음만 있었는데, 그날 강연 때문에 찾았다가 마침내 구독하게 됐죠."

-막상 〈경남도민일보〉를 직접 접해보니 어떠십니까?

"〈경남도민일보〉는 그래도 정당하게 보도하려고 애쓰고, 다른 언론에서 관심 두지 않는 것을 상세히 다루려는 것 같습니다. 비록 지역신문이지만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진보'라는 것은 '보수'와 대립각을 세우는 의미가 아닙니다. 강물이 그냥 머물러 있지 않듯, 모든 역사는 진보적으로 나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는 곧 '타당성'이라 할 수 있죠. 경남도민일보는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저로서는 호감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그동안 어떠한 삶을 보내셨는지 궁금해집니다.

"고향은 창녕 영산이에요. 10대 시절에는 일본에서 7~8년간 생활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왔다가 마산·부산 등에서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마산 중등 교원노조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이후 아이들 공부시킨다고 작은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출발 때부터 지금까지 회원으로 있고, 요즘은 '민생민주수호를 위한 경남 315원탁회의' 회원으로 있으면서 기회 되면 따라다니고 그럽니다. 허허허."

-〈경남도민일보〉에 대해 쓴소리 좀 해 주십시오.

"아쉬움이라기보다 바라는 점은 있습니다. 서울에 살아봐야 좋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봅니다. 딱 한 가지, 다양한 행사가 많다는 점은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그런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있어도 몰라서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번 신상철 씨 강연도 많이 알려졌더라면 더 많이 모였겠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차원에서 '행사 소개란'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에서 좋은 강연을 많이 하던데, 함세웅 신부님을 한 번 모셔서 얘기 들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