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릅 뜨고 보는 원자력] (5) 경주 월성원전 내부

4월 23일 오후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원자력 연수 일정 중 가장 확실한 실전연수다. 경주 월성의 원자력발전소 내부를 방문한다.

오후 1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에 도착했을 때 접했던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 천막농성장부터 현장감이 느껴졌다. 김정섭(70) 위원장이 상황을 설명했다.

"작년 8월부터 이러고 있어요. 나아리·나산리 73가구를 이주시켜달라는 겁니다. 월성1호기 가동이 중단된 지 60개월이 넘었어요. 그 사이에도 식수·빗물 심지어 소변 속 삼중수소 농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다시 가동이 되면 그 수치가 얼마나 올라가겠어요. 그래서 이주를 시켜달라는 겁니다."

그의 말대로 지난 2월 수명연장 결정이 된 월성 1호기가 곧 재가동된다. 곧이어 만난 월성원전 이규찬 홍보팀장은 주민대표의 요구에 "이주 범위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심지어 원전 근무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사용하는 식수도 차이가 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경주시 상수도를 이용할 수 있게 가구별 배관시설 설치를 제안했지만 수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원전 건설 때 주민이주 의무지역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 다음 방문지였던 고리원전 관계자는 "고리원전의 경우 1~4호기는 580m, 건설 예정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700m"라고 했다. 1㎞ 이상 떨어진 나아리·나산리 주민들 요구와는 현실적 간극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월성원전 인근 반경 5㎞ 내에는 양남·양북·감포면 주민 1만 7000여 명이 살고 있다.

그리고 월성 1~4호기에 사용된 중수로 원전의 특성 소개가 이어졌다. 그냥 '물'을 냉각재와 감속재로 겸해 쓰는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는 냉각재인 중수와 감속재가 분리된다는 설명이 따랐다.

오후 3시, 드디어 월성원전 3호기 내부에 들어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연구용 원전인 대전 하나로와 오전의 경주방폐장처럼 보안 가급 시설. 일체의 사진 촬영은 금지됐고, 신원확인에 지문등록 절차까지 마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가운을 입고 에어샤워를 한 후 주제어실에 들어섰다. 조종감독자와 조종사들 6명이 원자로·터빈·연료·전력 제어반 등 4개 패널을 관찰하고 조종했다. 6명 1팀으로 모두 6개 팀이 있다. 8시간 근무 후 교대. '확인·확인 확실한 조작' 구호가 벽면에 붙었다.

이어 터빈룸. 핵연료가 터빈설비를 통해 전기가 되기까지 핵심적 과정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그리고 사용후연료저장조. 수중 8m 깊이에 2m 높이로 사용후핵연료를 쌓아 6~7년 보관한 후 건식저장고로 옮겨진다. 현재 보관된 핵연료봉이 3만 7000다발. 보관 물 온도를 38도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곳이 태풍의 눈 속이었다는 건 햇빛을 다시 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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