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성완종 리스트 발견부터 소환까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지 한 달이다.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이 숨지면서 남긴 메모에 오른 8인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제일 먼저 검찰청 문을 들어서게 됐다.

지난 한 달 동안 검찰 수사는 홍 지사를 목표로 옥죄어 왔다. 특별수사팀은 1억 원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여러 차례 조사와 더불어 홍 지사 측근 4명을 소환 조사했다.

홍 지사 조사만 남은 셈이다. 검찰이 "수사 목적은 기소"라고 말했듯이 홍 지사는 재판에 넘겨지면 긴 법정다툼을 해야 한다. 또한, 경남도정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지난 한 달 동안 홍 지사는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출근길마다 도청 현관에서 기다리는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거나 하고 싶은 속내를 전했다.

사건이 터졌을 초기에는 왜 자신이 리스트에 올랐는지 의아해하면서 검찰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1억 원 수수 혐의를 부인하면서 주변에서 자신의 이름을 팔고 돈을 받았을 수 있다는 '배달사고'를 언급했다.

3주째 접어들면서 검찰 수사 대응 그림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여론재판하고 사법절차는 다르다"고 했지만 언론을 통해 줄곧 '여론전'을 폈다.

언론 보도나 검찰 수사에 따라 수세적으로 밀려가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사건을 규정하고 자신의 입장에서 여론을 만들어가려 했다.

이와 관련, 국회의원 시절 '저격수'로 이름을 날린 홍 지사가 말한 저격수가 갖춰야 할 요건은 유명한 일화다. 그 3박자가 '팩트(사실) 검증', '네이밍(이름 붙이기)', '정무 감각'이다. 홍 지사 특유의 '재능'은 이번 사건에서도 발휘됐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빗댄 대표적인 발언이 "소나기가 오면 맞을 수밖에 없다. 소나기 그치고 나면 다시 해가 뜬다"(14일), "긴 여행을 가다 보면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도 있고 가시에 찔릴 때도 있고 생채기가 날 때도 있다"(21일), "올무에 얽혀 있다"(21일), "그 올무가 정치적 올무일 수도 있고 사법적인 올무일 수도 있다"(23일) 등이다. 이 같은 발언은 언론이 받아쓰기에 '혹'하는 표현이다. 사건을 자신의 구도로 짜면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홍 지사 발언을 3가지 요건에 맞춰보면 흥미롭다. 홍 지사는 지난달 29일 출근길에 취재진에게 "사법 절차는 증거 재판주의"라며 "고인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사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홍 지사는 법적 검토를 거쳐 더 구체적인 발언을 이어간다. 지난 1일에는 "성 회장의 메모나 녹취록은 '특신상태(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도 했다. 사건이 터진 지난 10일 "돌아가시면서 허위로 썼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던 것과 정반대 발언이다.

이 같은 발언과 함께 메모에 대해 '앙심', 검찰 수사를 '망자와의 진실게임', 유일한 증인인 윤 전 부사장에 대해 '사자의 사자(죽은 사람의 심부름꾼)'라고 이름을 붙였다.

홍 지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페이스북에 이렇게도 썼다. "성완종 사건에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스스로 '독고다이'라고 해왔듯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우호세력 지지를 끌어 모으는 모양새다. 이런 것이 일종의 '정무 감각'이다.

이런 감각은 수첩에 정리해와 작정하고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지난 6일 발언에도 보인다. 검찰이 윤 씨를 한 달 동안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 조정을 했다고 주장하며, 그런 진술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윤 씨를 성 회장의 '정치권 로비창구'라고 했다. 특히 성 회장의 자금이 대선·총선 때 많이 전달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야권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불법자금이라고 날을 세우듯이 '왜 자신을 표적으로 삼아 희생양으로 몰아가느냐'는 메시지를 권력에 던지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홍 지사는 자신이 돈을 받았는지 여부, 즉 자신에 대한 '팩트'는 한 번도 확정적으로 밝힌 적 없다. 그는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이완구 전 총리처럼 '말 바꾸기' 부메랑을 맞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망자와의 진실게임'이라고 했을 뿐이다.

8일 홍 지사는 검찰과 마주앉아 '수 싸움'을 하게 됐다. 홍 지사는 소환 하루 앞날인 7일 연가를 내고 막판 '올무 풀기' 묘수 짜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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