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 긴 법정 다툼 준비로 경남 현안도 장기화 가능성

7일 아침 출근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날 오후 도의회 본회의에도 불참했다.

8일 검찰 소환으로 '1억 원 정치자금 수수' 혐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만큼 홍 지사의 도정 공백을 우려하던 목소리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홍 지사는 5월 임시회 1차 본회의 앞날인 6일까지 도의회에 불참 통보를 하지 않았고, 경남도도 홍 지사가 이날 본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본회의가 열리는 이날 오전 7시 36분 아침 출근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정장수 비서실장이 "홍 지사께서 오늘 연가를 냈다"는 말을 취재진에 대신 전했다.

오태완 도 정무조정실장은 "지사께서는 어제(6일) 저녁에 (서울로) 올라가셨다. 오늘 변호인단과 자료 검토 등 조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그렇게 하신 것 같다"며 이미 6일 오후 늦게 서울로 향했음을 확인시켜줬다.

지난해 7월 초 10대 경남도의회가 개원하고서 홍 지사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북중미 순방 기간과 겹친 올 3월 임시회뿐이었다.

제326회 경남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열린 7일 도의회 본회의장 홍준표 도지사의 자리가 비어 있다. 검찰 소환조사를 하루 앞둔 홍 지사는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하지만 이날 본회의 불출석은 홍 지사의 도정 공백 시작일지 모른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당장 8일 검찰 소환 뒤 구속 수사 가능성까지 제기돼 현실이 되면 1심 판결까지 도정 공백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도정 장기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더라도 검찰 소환 수사가 한두 차례 더 이뤄지고 기소가 이뤄지면 재판 준비·참여로 공백 상황은 더 잦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최대 현안인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도교육청이 도의회 중재안 거부 견해를 밝힌 상황에서 홍 지사가 촉발한 이 사태를 실무진 차원에서 해소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홍 지사 역점사업이던 '경남 미래 50년 사업' 중 최소 가닥을 잡은 거제 해양플랜트와 사천·진주 항공우주산업국가산단을 제외하고 경남도 역량 투입이 절실한 밀양 나노국가산단, 서부·북부 경남 항노화산업 활성화 등도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홍 지사가 직접 챙길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사업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복합리조트) 유치를 둘러싸고 부산과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우려가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홍 지사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강민국(새누리당·진주3) 도의원은 "대법원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고, 홍 지사가 중점을 둔 사업은 대부분 신규 사업이다. 그대로 추진하면 문제없다. 벌써 도정 공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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