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피의자 홍준표, 검찰 창 막아낼 수 있을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늘(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현직 도백(道伯)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것은 홍 지사가 경남도정 사상 처음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도지사 시절이었던 지난 2009년 6월 9일 제3자를 통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만 달러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대검 중수부에 출두한 사례가 있지만 당시 김 지사는 참고인 신분이었다. 김 지사는 그해 12월 해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 소환에 앞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홍 지사 측에 전달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나경범 경남도 서울본부장, 김 모 전 청와대 비서관 등 홍 지사 측근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과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거물 정치인 8명 가운데 첫 소환자다.

검찰이 홍 지사를 첫 소환자로 지목한 것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8명 가운데 돈 전달자가 있고, 이와 관련한 홍 지사 측 인물에 대한 신병 확보·소환 진술 등 수사상 필요한 사전정지작업이 완료된 때문이다.

홍준표(가운데) 경남도지사가 오늘(8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현직 도백(道伯)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것은 홍 지사가 경남도정 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4일 오전 홍 지사가 관용차를 타고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홍 지사는 지난 6일 오전 이례적으로 취재진을 자신의 집무실로 불러 "검찰이 윤 씨를 한 달 동안 관리 통제하면서 진술 조정을 했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사건 초기 홍 지사가 "실체적 진실은 검찰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내용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검찰과 홍 지사의 치열한 '진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할까 =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검찰은 홍 지사에 대한 한 차례의 소환조사를 마치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야권 등 정치권의 움직임이 부담스러운 검찰로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특히 홍 지사 측이 전달자로 지목된 윤 씨를 조직적으로 회유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면 구속영장 청구는 불가피하다. 조직적 회유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인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로 '신병 처리', 즉 구속 상태의 수사를 시도한다면 홍 지사 측은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진상을 알아보고자 만났거나 연락한 것을 두고 회유 운운하는 것은 과하다', '회유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등의 논리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현직 도지사 신분인 만큼 행정 공백 등을 이유로 구속 수사의 부당성을 호소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견해는 수사 절차상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만일 법원에서 이를 기각한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홍 지사에 대한 기소 여부는 빠르면 이달 안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올 연말까지 1심 재판이 진행되고 나머지 항소심과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홍 지사의 반격 카드는 =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불거진 지난달 10일부터 지속적으로 혐의 사실을 부인해 왔다. 거의 매일 출근길 취재진과 만남에서 발언 수위를 조절해가며 이 사건과 자신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사건 초기 홍 지사의 바람은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무혐의 처분을 내려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자가 나오고 측근이 잇따라 검찰에 소환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강경 발언을 했다.

홍 지사는 사법적 대응을 위해 사법시험 동기이자 고려대 후배인 이우승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와 함께 특별수사팀장인 문무일 검사장과 함께 일한 경력이 있는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도 영입했다. 홍 지사 스스로 수사검사 출신인 만큼 검찰의 수사 방향과 이를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조력자를 확보한 셈이다.

홍 지사는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면서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육성 파일이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는 논리를 검찰에서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돈 전달자인 윤 씨의 진술을 토대로 특정된 돈 전달 시점에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 관계를 입증할 구체적 알리바이를 제시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성 전 회장의 메모와 육성 파일에 대한 증거 능력 인정 여부, 돈 전달자인 윤 씨의 진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증거 제출이 관건이다. 홍 지사의 방패가 어떻게 검찰의 창을 막아낼 수 있을지 국민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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