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 대해 '침체' '위기' '회생' 등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홍준표 지사가 2012년 보궐선거 후보시절 통영 서호시장 앞에서 했던 연설이 떠오른다.

"조선소를 되살려서 일자리도 되찾게 하겠습니다."

나는 '진짜 되살리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을 포함해 '홍준표 후보 통영 조선소 살리겠다'는 기사를 썼다. 몇 년 되지 않았고 이른 감이 있지만 홍 후보가 살리겠다던 그 통영 조선소는 지금 만신창이다.

후보 시절엔 그래도 좀 멀쩡했던 ㈜가야중공업 등 3개 업체가 올해 거짓말처럼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자율협약 상태인 성동조선해양은 회사 내부에서만 현재 8000명 정도가 일한다. 현재까지 수주잔량 80척 정도 등 2020년까지 작업 물량이 있는 이 업체는 운영자금 지원 중단 위기로 이제 법정관리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신아sb는 "워크아웃이 연장돼 회생하고 있다"는 홍 후보 발언 당시보다 더 힘든 상황이 됐고, 21세기조선을 인수한 ㈜해진은 유령 조선소가 된 지 오래다. 조선소 상황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조선소를 살리겠다"던 대권에 눈뜬 용(龍) 홍준표 지사의 발언이 생각나지만 그는 당선 후 줄곧 경남 경제와 가장 밀접한 조선소와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대신 그는 진주의료원 꼭대기에 있는 것 같았고, 어느 날 무상급식 중단을 위해 학부모들과 두 눈 부릅뜨고 대치한 것 같고, 이것도 아니면 '좌파'란 단어에 핏대를 세우며 대권의 선봉에 깃발을 들고 서 있는 느낌이었다.

허동정.jpg
살리겠다는 조선소는 어쩌고, 이제 그 도지사는 어느 날 성완종 리스트라는 8조각 뇌물 파이 위에 올라가 있다가, 8일 검찰청 앞에 서게 됐다. 조선소는 어쩌고 말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