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송지연 의령군 의령읍 수암마을 이장

산새 소리가 아침 알람을 대신하는 조용한 산촌 마을. 어느 시골인들 다르지 않겠지만, 마을에 들어서니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노인들 노구를 지탱해 주는 유모차가 마을회관 입구를 지키고 있다.

때 이른 점심. 마을 경로당에 모여 앉은 어르신들 사이로 딸이 고향을 방문한 듯 차분하고 단아한 젊은 여성이 눈에 띈다. 마을 어르신 모두의 딸임을 자처한 송지연(46) 의령군 의령읍 수암마을 이장.

송 이장은 10여 년 전 농협에 근무하는 남편이 의령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두 아들 교육을 위해 당분간 주말 부부로 지내기로 했었다. 하지만 남편이 거주할 주택을 구하러 다니다 의령의 수려하고 깨끗한 자연에 도취, 갑작스레 귀촌을 결정하게 됐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어야 할 인정보다는 서로 경계하고 비교하면서 경쟁만 해야 하는 대도시 생활에서 순박하고 인정 넘치는 시골생활로 색다른 여유를 만끽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물질 만능주의가 최선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녀의 얼굴에는 안분지족과 봉사하는 사람의 행복이 싹튼다.

나 홀로 거주 노인이 늘어가는 농촌 현실에, 마을마다 경로당에서는 70대 어르신이 가장 어린 막내라 심부름을 도맡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40대 젊은 여성 이장은 그야말로 보물 중 보물이다. 전체 39가구 70명 정도가 울타리 없이 어울려 지내는 수암마을에서 아침마다 문안 인사를 다니며 어르신들 안부를 묻는, 딸보다 더 살가운 송 이장의 행동에 마을 노인들은 더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의령군 의령읍 수암마을 송지연 이장은 10여 년 전 농협에 근무하는 남편이 의령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의령의 수려하고 깨끗한 자연에 도취해 귀촌을 결정했다. /조현열 기자 chohy10@

송 이장은 인터넷을 통해 어르신께 도움될 만한 정보들을 수시로 검색해서 전달하고, 행정에서 제공하는 각종 복지 혜택과 각 분야에 제공되는 보조금 등의 정보를 빼먹지 않는 등 어른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읍내와 떨어진 마을 특성상 마을버스 운행이 많지 않아 의령 장날이면 장을 보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송 이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의 승용차로 마을 주민들을 직접 모시면서 주민들의 손발을 대신하고 있다. 도시에 사는 마을 어르신들의 자녀들도 자신들을 대신해 부모님 손발이 돼 주는 송 이장의 든든함을 알고 있다.

지난 4월 25일에는 마을 주민 70여 명 가운데 팔순을 맞은 네 분에게 수암마을과 1사 1촌 자매 결연을 한 창원에 있는 ㈜상지건설 측 도움을 받아 팔순 잔치를 열었다.

이날 송 이장의 남편 손용석(50) 씨가 평소 농협연수원에 근무하며 갈고 닦은 색소폰 연주를 더해 마을은 축제장으로 바뀌었다.

송 이장은 행여 준비한 것이 미흡해 오히려 실망감만 안겨 주지 않았는지 걱정을 앞세우며 "7년 후쯤 팔순이 되시는 분이 대여섯 명 있는데 그때도 계속 마을 이장을 한다면 더 풍성한 팔순 잔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한다.

송 이장은 2013년 당시 마을 동회를 통해 처음 이장이 됐을 때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산골마을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뿐이니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내 부모라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모시면 되지 않을까?" 하는 남편의 응원이 크게 작용했단다.

지금까지 2년 넘게 마을 일을 대신 하면서 아침마다 어르신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마을 경로당에 들러 확인하고 혹 보이지 않는 분이 있으면 집에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된 송 이장.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송 이장은 "별로 해 준 것도 없는데 어르신들이 더 고마워한다"며 힘이 닿는 한 봉사를 이어갈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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