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자 미선 씨 부모님 격노…가출 상황까지 오자 정식 허락, 알고 보니 '마음가짐'테스트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포동에 사는 강대훈(35)·박미선(30) 부부는 5살 된 딸, 3살 된 아들을 두고 있다.

2009년 10월 소개팅으로 만나 2011년 1월 결혼했으니 만남부터 결혼까지 1년 조금 넘는 시간이 걸렸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이미 무르익어 있었지만, 흔히 말하는 '사고'를 치면서 예정보다 빨리 식을 올렸다. 그런데 당시 상황이 꽤 심각했다.

둘은 양쪽 집안에 인사를 드렸고, 결혼 승낙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다. 박미선 씨 이야기다.

"제가 첫째 딸이다 보니 나름 집에서 애지중지하셨죠.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아버지·어머니가 노발대발하셨어요. 신랑이 집에 찾아왔다가 몇 번이나 쫓겨나고 그랬습니다. 그런 시간 속에서 저는 입덧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부모님께 티를 낼 수 없으니 더 힘들었죠. 밤에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말 못하고, 생라면이나 부숴 먹고 그랬어요."

이러한 냉전의 기운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서는 '헤어지자'는 말까지 오갔다. 물론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자'는 단서를 뒀으니, 애초 이별할 의지는 없었던 게다. 둘은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서 이 난국을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선 씨가 집을 나가는 것이었다.

부부는 5살 된 딸(왼쪽 아래)이 결혼 전 배 안에 들어서면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회사 들어간 지 몇 달 되지 않았을 때인데요, 현재 상황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고 하루 휴가를 냈어요. 부모님 안 계실 때 집에 가서 짐을 챙겼습니다. 3장 분량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썼고요. 그리고 당장 먹고살아야 하니, 부모님께서 해주신 금목걸이 같은 것도 챙겼어요."

막 집을 나서려는데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에 대훈 씨랑 함께 집에 들르라는 것이었다.

"부모님께서 그제야 결혼을 정식으로 허락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이미 예식장과 괜찮은 날까지 다 알아보셨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저희가 어떠한 마음가짐을 보이는지, 한번 지켜보셨던 거죠. 이쯤 마음고생 했으면 됐다 싶으셨나 봐요."

마침내 허락을 받은 둘은 양가 상견례 자리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꽃을 가릴 수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 속도 모르고 뭐가 그리 좋냐'는 미선 씨 어머니의 구박도 구박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사실 미선 씨 부모님은 '강 서방'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미선 씨가 대훈 씨 홀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것에 대해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대훈 씨 어머니는 또 애초부터 둘의 버팀목이었다. 미선 씨가 당시 가출하려고 마음먹을 수 있었던 것도, '갈 데 없으면 우리 집에 들어와라'는 대훈 씨 어머니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둘은 연애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고 한다. 둘 다 성격이 낙천적이다. '그때 왜 그랬어'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먼저 생각한다.

미선 씨는 이 대목에서 남편 자랑을 좀 더 한다. "제가 뭘 하더라도 늘 포용하려고 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주 무뚝뚝한데, 저한테는 정말 살갑게 대해줘요. 친정 어른들께 안부 전화만 조금 더 해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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