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바람 커피로드, 이담 씨

"일단 여러분을 환영하는 의미로 멕시코 커피를 내려 드릴게요. 멕시코 치아파스라고, 멕시코 남쪽에 있는 곳인데, 거기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기농으로 커피를 재배해요. 거기서 공정거래로 들여온 커피예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전기포트에 물이 끓는다. 드립포트(커피 주전자)에 물을 옮겨 담으며 적당히 온도를 맞추고, 드리퍼에 필터 종이(여과지)를 올린 후, 조금 전 전동 커피 그라인더로 갈아낸 분쇄 커피를 수북하게 담는다. 그의 핸드드립은 명쾌하고도 유쾌하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고요, 커피는 약간 식었을 때가 더 맛있어요. 뜨거울 때는 향이 많이 올라오니까 향도 맡아보시면서 천천히 드세요."

그렇게 갓 내린 커피를 나눠 마시는 사이 커피 향이 골목에 가득 찬다. 이름이 이담(50·본명 이종진)이라고 했다. 커피 트럭을 몰고 전국을 여행하고 있다. 2013년 여름에 떠났으니 이제 3년째다. 요즘에는 주로 경남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을 찾았다.

'바람 커피로드' 이담 씨가 커피를 내리기 전 물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요즘은 주로 경남 쪽에 있어요. 이번 여행은 남해서 시작했어요. 작년에는 위에서부터 내려오면서 남해에 도착했더니 너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남해에서 시작하자 싶었고, 그래서인지 지금 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남해, 거제, 통영, 사천 이렇게 돌았죠."

그는 원래 서울에서 IT 잡지 기자 생활을 오래 했다. 벤처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회사를 하나 차렸는데 그게 잘 안 됐다. 회사문을 닫고 하릴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아보자'며 제주도를 찾은 게 지난 2003년. 그 길로 제주도에 아예 눌러앉았다. 이런 저런 일을 하며 지내다가 '바람'이란 이름의 작은 카페를 열게 됐다. 테이블 여섯 개의 작은 카페 바람은 곧 유명해졌다. 그렇게 제주에서 산 지 10년, 그는 새로운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작은 커피 트럭을 몰고 전국을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 여행을 '바람, 커피로드'라 부른다.

커피 모임 참가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와 경상도, 충청도로 많이 다녔어요. 경남지역은 다녀보니 바닷가 쪽이 좋은 것 같아요. 작년에는 거제하고 통영에 자주 있었고요. 창원은 아주 큰 도시잖아요. 통영, 거제만 가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서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 항상 통영 같은 데 가면 예정했던 기간보다 두 배는 더 머물다가 가는 거 같아요."

처음에는 길에서도 커피를 팔곤 했다. 하지만 제법 유명해진 지금은 전국 가는 곳마다 주로 커피 모임을 진행하며 다닌다. 요즘은 알음알음으로 그를 초대하는 곳이 많다. 모임은 작아도 좋고 커도 좋다. 그저 함께 커피를 즐기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된다. 이렇게 만난 인연들이 새로운 인연을 만들면서 다른 지역에서 다시 만나고 그렇게 커피 모임은 이어진다.

이담 씨의 커피 트럭 풍만이. /이담

"지역마다 좋아하는 커피맛이 달라요. 경상도 분들은 신맛 나는 커피 안 좋아하세요. 경상도는 방아잎이나 산초, 계피 그런 향이 강한 음식 재료를 많이 써서 그런지 진한 커피 맛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충청북도 쪽으로 가면 신맛이 나는 커피를 좋아하세요."

그는 자신을 '차내 수공업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풍만이'라고 이름 붙인 노랗고 조그만 트럭에는 로스팅을 포함한 온갖 커피장비가 실려 있다. 오늘도 그는 어느 길가에서 풍만이를 세워 놓고 커피를 볶고 있을 것이다.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찾아보자. 우연히 그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다가 그가 근처에 있는 게 확인되면 바로 그곳으로 찾아가도 좋다. 대체로 그는 이동 일정을 미리 페이스북에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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