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보름. 달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동에서는 달맞이 잔치를 크게 벌였다.
하동문화원과 읍사무소가 함께 연 대보름잔치는 지난해 보다 대단히 크고 의미가 있었다. 하동백사장 달집태우기는 하동과 광양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26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다. 개회식을 마치고 연날리기 시범경기로 시작해서 제기차기.화살던지기.윷놀이.줄다리기를 했다. 각 이.동 별로 나누어 민속경기를 했는데 선수들이 움직일 때마다 백사장은 화기애애한 웃음판이 되었다.
따뜻한 녹차와 걸쭉한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여러가지 놀이를 한 뒤에는 큰 달집을 세우고 달집태우기를 시작했다. 군수는 “올해에도 풍년이 들고 대보름마당으로 영호남이 화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드디어 달집에 불이 붙는 순간 불길은 시민의 얼굴을 밝히면서 하늘로 치솟았다. 그 불길이 주민들의 액을 모두 태워버리는 것 같았다. 달집이 불 속에서 거의 사그라질 즈음 풍물패가 한마당 뛰고 돌면서 흥을 돋우는 가운데 400여m의 섬진대교를 걸어가는 지신밟기를 했다.
1000여명의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서 지신을 밟으며 한 해의 평안을 바라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광양시 다압면 면장과 시의원 등이 함께 해 더 뜻 깊었다.
살아가기 힘든 일이 많다. 도시 곳곳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데모도 많고 이야깃거리도 많지만 시골에서는 그런 것 없어도 모두가 잘 어울리고 잘 산다. 이런 모습을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과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해 그걸 쓴다는 생각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을 텐데 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모두가 하나되는 대동잔치 대보름잔치를 권해본다. 하나된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웠던 대보름놀이를 보며 느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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