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엄마의 세월'전 박경윤 작가

가정의 달, 가슴 먹먹해지게 하는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전시가 준비되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를 화폭에 담아 '엄마의 세월' 전시를 여는 박경윤(53) 작가를 지난달 29일 김해중학교 미술실에서 만났다. 김해중학교 미술교사인 그는 자신의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어머니 모습을 그렸다. 60대부터 아흔한 살까지 어머니 모습이 담겼다. 김해도서관 갤러리 '가야'에서 오는 6일부터 17일까지 전시를 열고,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경남교육청 갤러리에서 같은 전시를 연다. 그는 인터뷰 도중 어머니에 관한 글을 쓴 일기장을 꺼내 들고 이야기하며 한참 눈물을 쏟았다.

-이번 전시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처음에는 전시회를 열 생각은 아니었다. 엄마가 작년 여름 이후 밖에 나가지도 않고 몸이 급격히 안 좋아지셨다. 굉장히 안타까웠다. 자꾸 무기력해지고, 거동도 불편해하셨다. 이제 화장실도 혼자 가기 어려우시다. 그래서 엄마 모습을 잊지 않으려고 사진을 꺼내서 그림을 그렸다. 말씀도 잘하시고, 활동하시는 모습을 기억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내가 간직하고자 했는데, 다른 분들이 엄마 그림을 보고 각자의 엄마를 떠올릴 수 있겠다 싶었다. 어버이날 즈음에 전시를 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꾸준히 어머니 그림을 그려왔나.

"1985년 대학 입학하고 유화를 배워서 엄마 얼굴을 그렸다. 당시에는 가족, 친구들이 주요 모델이었다. 엄마가 계신 진해 집에 엄마 초상화를 걸어두고 있다. 엄마를 그린 작품이 여러 점 있긴 했지만, 지난해부터 가족 사진앨범에서 엄마 사진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그렸다. 지금 모습은 엄마를 만나서 사진을 찍어 와서 작업을 한다. 사실 나이 든 모습을 별로 찍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

김해중학교 미술교사인 박경윤 작가가 캔버스에 어머니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때부터 엄마는 5남매 자식들을 돌봤다. 자식들에게 부모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고 늘 미안해하셨다. 하지만 가난해서 싫고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다. 우리 집은 형제끼리 따뜻했다. 그래서 행복했다."

-인물화를 주로 그리나.

"미술대학에서 친구들이 대부분 추상화를 했지만, 나는 인물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 전시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일곱 번째 개인전인데, 절반가량은 인물화 전시를 했다. 2002년, 2008년에는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 모든 학생의 초상화를 수채화로 그려 전시하기도 했다. 인물화에 특별한 애정이 많다. 예전부터 사람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려서 그 사람이 가지는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학교에서 퇴임하는 선생님께 초상화를 그려서 선물한다."

-그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초등학교 다니기 전 누나에게 그림을 배웠다. 누나는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우지 않았지만, 사람·자연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초·중학교 시절 진해에서 나름 유명했다. 미술대회에 나가면 심사위원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림을 그리면 부정행위를 한 그림이라고 했다. 그래서 항상 심사위원 앞에서 그림을 그려 상을 탔다. 가정 형편상 미술대학 진학을 생각지 못했는데, 진해에서 미술학원을 하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정현주 선생께서 재능을 높게 보시고 무료로 그림을 가르쳐 주셨다. 미술교사로 인생을 살 수 있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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