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토요 동구밖 생태역사 교실] (3)
역사탐방: 마산 의림사~창동·오동동 근현대 역사·문화유적
생태체험: 사천비봉내마을 대숲고을~비토섬 갯벌

역사탐방: 마산 의림사~창동·오동동 근현대 역사·문화유적

올해 세 번째인 지난 18일의 역사 탐방은 마산이다. 의림사와 창동 오동동을 찾았다. 의림사를 찾아가는 버스에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은 어디 어디 어디일까요?" 그러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3대 사찰이라는 것이 있나? 뭐 이런 반응들이다. "3대 사찰 가운데 2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경남에 있어요. 양산 통도사하고 합천 해인사.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어디일까요?" 이쯤하면 쏟아져 나오는 대답은 간단하다. "경주 불국사~~~!!"

그렇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가장 많이 나오는 절간이 경주 불국사이다 보니 다들 으뜸인 절로 꼽고 당연히 3대 사찰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머지 하나는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송광사라고 이야기하면 다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다. 이는 뭐 이렇게 꼽히는 3대 사찰이 중요하다 해서 일러주는 것이 아니라 절에 관심을 갖게 하면서 좀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편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한테 설명해 주고 있는 의림사 스님.

"오늘 찾아가는 의림사는 그렇게 화려하고 잘난 절은 아니에요. 규모가 크고 격식을 잘 갖춘 그런 절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마산이라는 지역에도 역사가 오래된 절이 있다는 사실을 이런 기회를 통해 한 번 알아보게 되는 것이지요." 혹시 절을 교회처럼 종교적인 장소라고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 유적 가운데 하나가 교회나 성당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절간이 종교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선조들의 삶과 철학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소임을 빼먹지 않고 설명을 한다.

설명을 마치자 아이들과 더불어 한때를 보내려고 나온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한 분이 슬그머니 물어오신다. "저 있잖아요, 경주 불국사가 3대 사찰이 아니었어요?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좀 머쓱해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시다. 물론 토요일 하루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지만 아이들과 더불어 봉사를 나오신 선생님들도 함께 역사탐방을 할 수 있다면 모두에게 다 보람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여러 절을 많이 다녀봤지만 의림사가 가장 좋았던 점은 마음껏 뛰어다녀도 좋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보통 절간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정숙'이다. 그런데 의림사는 정숙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이들이 미션을 풀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 다녀도 좋았고 마당을 가로지르시던 스님들도 아이들 앞에 멈춰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봄날 아이들의 방문으로 시끌벅적해진 절간 분위기를 부처님도 이해를 해 주시지 않을까.

대웅전 처마에 매달린 풍경에 있는 까닭이며, 석탑 층수를 세는 방법과 삼성각에서 산신령을 모시는 까닭 등등을 아이들은 모두 재미있게 들었다. 줄기를 하나씩 벗기다 보면 나중에는 양파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해서 불교에서 무아(無我)의 경지를 상징한다는 파초 이야기며 부처님의 제자들을 일러 나한이라 한다는 설명도 미션 문제를 풀어가면서 덧붙인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겠지만 한 번 들었던 이야기들이 훗날 불현듯 추억처럼 떠오를 수 있을 정도만 돼도 좋겠지 싶은 마음으로.

점심은 창동에서 먹었다. 쌍둥이집에 들어간 아이들은 돼지두루치기를 맛봤고 피노키오에 들어간 친구들은 돈가스를 먹었다. 이처럼 창동 오동동 곳곳에는 오래된 음식점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 데서 밥을 먹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창동·오동동 근·현대 문화유적 미션을 시작한다. 선생님과 짝을 이루어 3·15 의거 발원지, 남성동 파출소, 조창 터, 옛 시민극장,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과 떡볶이집·분식집·레코드 가게 등을 사진에 담아오는 미션이다.

요즘 들어 창동과 오동동을 찾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풍을 오는 학교도 있고 동아리 활동이나 체험 활동에 나서는 팀들도 많아졌다. 어른들에게는 개인적인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고 또 근·현대 역사의 흔적이 많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창동·오동동은 적당하게 쇠락한 작은 도시의 중심가쯤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런 인식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창동·오동동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팀을 이뤄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미션 수행을 위해 뛰고 달리는 아이들에게는 정답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찾아다니는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아이들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런닝맨>을 하는 기분이라며 신이 났다. 공부도 좋고 역사도 좋지만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최고다. 그냥 엄마 아빠랑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곳일 뿐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곳인 줄 몰랐다는 친구들도 많다.

창동예술촌 아고라 광장에 모여 미션 수행 일등 팀에게는 쥐꼬리장학금을 전달했다. 아쉽게 상금을 놓친 친구들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는 오늘 하루 소감문을 쓰는 일이다. 소감문의 대부분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의림사가 무엇인지 창동·오동동에 왜 오는지 몰랐는데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한 자 한 자 정성껏 글을 쓴 친구 두 사람한테 다시 쥐꼬리장학금을 건넸다. 아이들에게 작은 격려가 된다면 좋은 일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람있게 역사 탐방을 마무리한 하루였다.

생태체험: 사천비봉내마을 대숲고을~비토섬 갯벌

사천 곤양면 서정리 비봉내마을에는 대숲고을이 있다. 대나무는 사람의 삶과 함께하는 나무다. 일대 언덕배기 아래위에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있는 대나무들을 위해 마을 유지 한 분이 나섰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했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들여온 맹종죽(孟宗竹)이 1만 평에 걸쳐 심겨 있다. 대나무는 옛날에도 전남 담양이 유명했고 지금도 잘 가꾼 대숲공원 '죽녹원'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담양군이지만 거기 공무원들이 죽녹원을 조성할 때 여기 대숲고을을 벤치마킹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대나무를 본 적 없는 친구는 손을 들라 했더니 몇몇이 손을 든다. 아마 보기는 했을 텐데, 무심하게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주택가나 아파트단지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대나무다. 하지만 대나무숲을 보고 거기 들어가 거닐어 본 친구는 적으리라. 대나무가 주는 즐거움과 보람은 규모와 비례한다. 한두 무더기가 주는 감흥은 조그맣지만 하늘을 뒤덮을 듯 빽빽하게 모여 있는 감흥은 정말 엄청나다. 여기 대나무들은 대부분 크고 굵은 맹종죽이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려 비탈길을 거쳐 대숲으로 접어든다. 봄철 바닥에는 죽순들이 막 솟아나고 있다. 대나무로 새 삶을 막 시작한 죽순을 한 번씩 쓰다듬는 아이들 손길이 조심스럽다. 지금은 말랑말랑하지만 얼마 안가 딱딱해질 죽순들은 한 번 쑥 치솟아 마디를 이룬 다음에는 매우 빨리 자란다. 최대 성장 속도가 하루 60~100cm이고 빠르면 60일 만에 성장이 끝난다. 이렇게 되고 나면 부피도 길이도 자라지 않고 다만 좀더 잘 버티기 위해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노력을 한다.

대숲을 거니는 모습.

대나무는 여러 방면으로 쓸모가 있다. 죽순은 나물해 먹고 댓잎은 차로 끓여도 마신다. 마디 맞춰 잘라낸 대통은 밥지을 때 쓰이고 세로로 쪼개 평편하게 저미면 옛날 종이가 없던 시절 붓글씨를 썼던 편지 노릇도 했다. 활과 화살, 창·작살로 변신해 먹을거리 장만하는 도구로도 쓰였고 요즘은 여인네들 살결을 곱게 만드는 화장품 재료로 대나무 수액을 쓴다.

대숲은 더불어 살아가는 생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달개비, 제비꽃, 민들레, 개불알풀 등등이 손쉽게 눈에 띄고 대숲 사이로 난 길바닥에는 질경이들이 자라고 있다. 질경이 또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간다. 씨앗을 곳곳으로 퍼뜨리는 존재가 바로 질경이를 밟고 다니는 사람인데, 질경이 주된 번식 경로는 사람·수레·자동차 바퀴가 어디로 가느냐로 결정된다.

새들에게는 대숲이 안전하고 따뜻한 숙박지다. 빽빽하게 심겨 있고 표면이 매끄러워 천적들 접근이 쉽지 않다. 무성한 잎사귀는 바람을 잠재운다. 대숲고을에는 딱따구리도 산다. 크기가 작은 편이라 쇠딱따구리라 하는데, 이날 아이들은 쇠딱따구리들이 대나무에다 구멍을 뚫어 마련한 둥지들도 눈에 담았다.

대나무와는 차나무도 잘 어울린다. 둘 다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데 차나무는 또 그늘에서 자라야 좋다. 그 잎으로 녹차를 비롯해 여러 전통차를 만드는데, 그늘에서 자랐을수록 더 부드럽다. 그래서 대밭에서 함께 자란 차나무를 고급으로 친다. 대나무(竹) 이슬(露)을 먹는 차(茶)라 해서 죽로차가 됐다.

대로 만든 활시위를 당겨 보는 아이들.

대숲을 도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자기보다 20~30배 높이 뻗은 대숲이 주는 청청한 느낌에 흠뻑 젖었다. 가지와 잎을 잡아 흔들어도 보고 귀를 대고 두드려도 본다. 소리가 비슷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굵은 정도에 따라 다르고 또 단단한 정도에 따라서도 다르다. 아이들은 이런 다름이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다. 돌아와서는 2명씩 팀을 이뤄 '대나무 도전, 골든벨!'을 했다. 대나무는 나무일까요, 풀일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굵은 대나무 종류는 무엇일까요? 풀과 나무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대나무는 몇 년 만에 꽃이 필까요? 대나무를 집에 기둥으로 썼을까요, 쓰지 않았을까요? 등등 10문제를 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이 정답 맞히기에 있지는 않다.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대나무에 대해 알게 되고 나중에 아파트단지에서 대나무를 봤을 때 한둘이나마 떠올리면 좋다. 대부분 흥미와 긴장을 놓지 않고 끝까지 풀었고, 쥐꼬리장학금은 여섯 개를 맞힌 팀에게 돌아갔다.

비토섬 갯벌에서 머리를 숙이고 생물을 찾고 있다.

곤양시장 가까운 덕원각식당에서 된장찌개를 맛나게 먹은 다음 비토섬으로 향했다. 설화 <별주부전> 탄생 배경지역이다. 풍경도 좋고 이어질 듯이 흩어져 있는 섬들도 그럴듯하다. 비토섬 일대 갯벌은 사천 다른 갯벌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진흙갯벌이다. 그런데 진흙갯벌에는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옷을 버려야 하고 찾아볼 수 있는 생물들도 종류가 많지 않다. 다만 비토섬에서도 월등도(용궁에 갔던 토끼가 살아돌아온 장소라는)갯벌은 모래·자갈·바위·진흙이 알맞게 섞여 있다. 옷은 적게 버리고 살펴볼 수 있는 생물은 많다. 아이들은 여기 웅덩이 곳곳에서 어린 물고기, 게, 쏙, 조개·소라 따위를 어른들보다 더 많이 찾아내며 즐거워했다. 한 시간가량 노닐다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는 오늘 하루 생태체험 소감을 썼다. 여기에도 쥐꼬리장학금이 내걸렸다. 자세하고 길게 쓴 한 친구, 대숲을 돌아보고 '대나무 도전 골든벨'을 하는데 "많이 틀려도 많이 웃었다"는 친구, "게를 집에 들고 오고 싶었지만 불쌍해서 놔줬더니 이상하게 상쾌했다"는 친구 셋에게 돌아갔다. 갯벌과 대숲에서 보낸 시원한 하루였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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