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적은 포카라로 이동…학생들 동요 없이 침착하게 안정 되찾아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는 여기서 저희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걱정하시니까요 안심시켜드리고 싶어요."

네팔로 교류활동을 하러 왔다가 대지진을 겪은 경남 창원 태봉고 2학년 학생들은 28일 오후 9시30분께(현지시간) 수도 카트만두의 호텔에 도착해 만난 기자에게 이같이 말하며 한국의 부모님을 오히려 걱정했다.

이들 학생과 교사 등 48명은 지난 25일 정오 직전 네팔 포카라 인근 타나후 지역 학교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공연을 하던 중 지진을 만났다.

부학생회장 진모(18)군은 "현지 어린 학생들에게 풍선으로 여러 가지 인형을 만들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웅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처음 지진이 온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다가 건물이 점차 흔들리는 것을 보고 '이게 지진이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모(17) 군은 "그냥 바람이 부는 건가 했는데 땅이 흔들리면서 건물 계단에서 벽돌이 떨어지더라"고 말했다.

다행히 대부분 학생이 운동장이나 건물 1층에 있어서 지진 시작과 동시에 건물에서 멀찌감치 떨어질 수 있었고 이들 48명뿐 아니라 현지 학생들까지 모두 아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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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봉고등학교 구광서 교감./연합뉴스

학생들을 인솔한 구광서(48) 교감은 즉시 이후 일정을 중단했지만 국제공항이 있는 카트만두로 바로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평소에도 7시간 이상 차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데 지진으로 도로상황이 나빠졌으면 도로 가운데 고립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들은 타나후에서 가까운 관광도시인 포카라로 이동했고 결과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됐다. 포카라는 상대적으로 지진 피해가 거의 없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었지만 여진을 우려해 낮에는 인근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만 숙소로 들어갔다. 여진으로 진동이 느껴지면 즉시 건물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했다.

애초 내달 1일 귀국할 예정이었던 학생들은 귀국 항공편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대사관의 연락을 받고 28일 국제공항이 있는 카트만두로 왔다.

첫 지진이 난 지 29일로 닷새째가 되면서 카트만두 시내 여진 공포는 다소 가신 상황.

그러나, 이들이 묵은 호텔 옆 다른 호텔은 네팔에 처음 왔을 때 봤던 것과 달리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교사들은 이 같은 모습을 보고 혹시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구 교감은 "빨리 항공편이 증편돼 하루라도 빠르고 안전하게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며 "재난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서로 다독이며 안정을 찾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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