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위험 불안…애타는 가족 제2의 세월호 참사 막아야

규모 7.8의 강진으로 사망자가 1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네팔에 우리나라 학생들이 고립되어 있다. 창원 태봉고등학교(교장 박영훈) 학생 44명과 인솔교사 4명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지진 참사가 일어났던 네팔 카트만두에 도착, 1주일간 자매학교와 문화교류, 빈민학교 지원과 재능 기부, 봉사활동을 하고 참사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22일, 비교적 안전지역이라고 하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휴양·관광도시인 포카라지역으로 이동, 귀국에 대비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난 람중 지역은 카트만두 지역에서 81㎞, 포카라 지역에서 68㎞ 떨어져 있는데, 학생들과 교사들이 이동하면서 이 람중 지역을 지나간 것으로 알려져 안도의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동학습 중인 태봉고 학생들은 5월 1일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2010년 문을 연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는 학년별로 3개 학급씩 전교생 130여 명의 작은 특성화 고등학교다.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면 1학년은 제주도로, 2학년은 네팔에서 자매학교와 문화교류, 빈민학교 지원과 재능 기부, 봉사활동 등 이동학습을 6년째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만약 카트만두에서 일정이 지연됐다면…. 그러나 학생들은 이틀 전 지진지대인 람중 지역에서 6시간 정도 떨어진 포카라 지역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며 출국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네팔 지진 발생 후 카트만두발 첫 귀국편인 대한항공 KE696 탑승객들이 지난 28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에 여행을 보내놓은 태봉고 학부모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들은 지난해, 진도 팽목항에서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태봉고 학부모들은 '네팔에 우리 아이들이 있습니다'라는 성명서를 내고 "세월호 참사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여진 우려가 상당히 크고 (아이들이 머무는)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육로 안전성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학부모들은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 전원 구조'라던 세월호 참사를 연상하며 "학부모들에게는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 당국에서는 정확한 현지 정보와 상황을 신속히 알려주고 최대한 안전하고 빨리 귀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해달라"고 애를 태우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이 현재 머무르는 포카라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5월 1일 비행기를 타기 위해 카트만두로 이동하려면 육로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현재 네팔의 육로란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불안한 지역을 거쳐야 한다.

2011년 네팔학생들의 태봉고 방문 기념사진.

현재 네팔에는 650명의 교민과 1000명의 관광여행객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현재 3명의 부상자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알려진 게 없어 여행객 가족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를 본 네팔을 돕고자 세계 각국이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네팔에 1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과 40명 규모의 긴급 구호대를 보내기로 결정, 그중 선발대 10명을 어제(25일) 오후 9시 비행기로 네팔 현지에 급파했다.

지금 태봉고 학부모들은 "정부는 정보력과 외교력,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우리 아이들과 교사들, 1000여 명에 이른다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위험에 처한 노약자와 아동, 청소년들은 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경험 삼아 교민을 비롯한 여행객 그리고 이동학습 중인 태봉고 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긴급 구호대를 싣고 간 비행기가 돌아오는 비행기로 태봉고 학생과 여행객을 태우고 올 수는 없을까?

수송수단이 최악에 달한 네팔 여행객들을 국내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귀국을 위한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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