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상포마을 조일환 이장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상포마을. 창원 사람에게도 낯선 작은 마을을 여기 사람들은 '수산대교와 진영 사이에 있는 마을'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마을 이름에 '포(浦)'가 들어가니 한때 배가 드나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예부터 상포 마을과 주변에 있는 중포, 남포, 고등포, 밀포를 묶어 '오포(五浦)'라고 불렀다. 창원 대산면과 김해 진영읍 일대가 뭍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마을을 이뤘다고 보면 되겠다. 지금 상포마을에는 64가구 200여 명이 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대산면에서 상포마을이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왔거든요. 농사짓기에 적합해 일본 사람이 정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요."

조일환(70) 이장은 지난 2005년부터 마을 일을 맡았다. 임기 2년인 이장을 11년째 연임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을 모임에서 추천을 받았어요. 마을발전협의회에서 적임자를 논의해 추천하는 방식이었는데, 이게 작은 마을이라도 관리하는 돈도 있고 외부 일도 많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신뢰나 책임감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조일환 창원시 대산면 상포마을 이장. /이승환 기자

조 이장은 상포마을이 고향이다. 학창 시절 대부분은 다른 지역에서 보냈으나 20대에 부모님이 모두 별세하면서 일찌감치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농사를 시작한 게 45년 전이다. 얼마 전까지 상포마을은 꽃 재배농가가 많았다. 안개꽃, 국화, 카네이션 등을 주로 키웠는데 지금은 농가가 줄면서 예전 규모에 못 미친다. 토마토, 수박, 고추 정도가 주로 재배하는 작물이다. 대부분 농촌과 마찬가지로 상포마을도 60세 이상 노인이 90%를 차지한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훨씬 낫지요. 정말 어려운 농촌 실정을 자주 보고 겪었거든요. 지금처럼 농사를 지으면 괜찮습니다. 문화적 혜택도 많이 누리는 편이고, 고소득 작물을 키우다 보니 생활에 활력은 많이 됩니다."

조 이장은 이장이 되고 나서 보람 있었던 일로 마을 길을 넓힌 것을 꼽았다. 차 한 대가 지나가기 버거웠던 길을 2차로로 넓혔고 포장까지 했다. 지역 사람도 잘 모르는 마을에 길을 넓히는 과정은 만만찮았다.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고, 그때마다 조 이장은 마을 사람 목소리를 대표해야 했다.

"시장이 해마다 읍·면·동 순방을 해요. 당시 박완수 시장이 특별히 지시해 길을 완전 포장해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국 관에서 외면하면 안 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2010~2011년 대산면 이장협의회 회장을 맡은 것도 큰 보람으로 남아 있다. 전반적으로 낙후된 대산면이 소외되지 않으려면 마을 이해관계를 떠나 목소리를 모아야 했고 그렇게 만든 게 대산면 발전협의회였다. 조 이장은 이후 발전협의회 활동 덕에 행정 순위에서 늘 밀렸던 대산면을 관에서 다시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관에서 하는 일을 잘 지원해야 하기도 하고, 주민 목소리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달도 해야 하지요. 일이라는 게 잘해낼 때 보람 있는 것이지 어중간하게 할 것 같으면 말아야지요. 마을 회의 때도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책임감을 느끼고 자기 할 말도 분명하게 하고 일도 잘하자고."

일흔을 맞은 이장에게 걱정이라고는 별다를 게 없다. 마을이 살기 좋고 사람들이 편하게 정착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상포마을 사정은 조 이장이 보기에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요즘 한창 덩치를 키우는 이웃 진영이 부담이다. 엄청난 속도로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대산면에서 사람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마을이 창원과 진영 경계예요. 젊은 사람은 마을에 살려고 하지 않지요. 우리 마을에도 아내와 자식은 진영에 살고 자기만 이곳에서 농사짓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마을이 점점 빌 수밖에 없지요."

조 이장은 하다못해 대산면에 조성하는 산업단지 안에 임대 아파트라도 빨리 지어야 그나마 사람들이 편하게 정착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이곳 숙원사업으로 남포IC 신설을 언급했다. 국도 14호선 진영~동읍 우회도로와 이면도로 205호선 교차 지점에 나들목을 만들어 교통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이장은 올해 안상수 시장이 지역을 순방할 때도 같은 내용을 건의했다.

"도시계획이라는 게 금방 처리되지 않잖아요. 꾸준히 민원을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얘기해야 그 성과가 한참 뒤에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있으면 꾸준히 우리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상포마을은 마을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체 조달한다. 주민이나 주변 공장에 손을 벌리는 웬만한 농촌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 고 성상영 대성모방 회장의 아버지가 이 마을 출신이라 그 덕을 보았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에 마을 공동 소유 땅과 창고를 사들여 자체 경비를 모두 조달하고 있어요. 한 해 행사나 마을 대소사를 모두 자체 비용으로 처리하지요. 또 설과 추석에 마을 어른께 10만~20만 원씩 드리기도 해요. 꽤 보람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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