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변기수 김삼열 부부

'부부의 날'은 5월 21일이다.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하지만 창원시 의창구에 사는 변기수(60)·김삼열(50) 부부는 자신들만의 '부부의 날'을 만들었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이다. 이날은 다른 약속 없이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이번 달에는 어느 참치 집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그들이 '부부의 날'을 정한 것은 3년 전이다. 남편 기수 씨는 군무원 생활을, 아내 삼열 씨는 공방을 운영하며 각자 바쁜 나날을 보낼 때였다. 삼열 씨는 둘을 위한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공방 작업을 하다 보니 어깨가 늘 아팠죠. 그래서 하루는 작업에서 벗어나 집에서 쉬기로 했죠. 남편과 같은 공간에 있는 데도, 시간을 같이 보내기보다는 제 할 일만 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죠. 동창들도 얼굴 한번 보려면 마음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날을 못 박아야 만날 수 있듯, 우리도 매달 부부의 날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날은 밖에서 외식이나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집에서라도 음식을 같이 만든다든지, 그렇게 함께하자는 것이었죠."

그때 이후로 2년간 매달 정해진 날에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남편이 퇴직하면서 몇 달 동안 끊기기도 했지만, 삼열 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시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부산시민공원 나들이에서 한 컷.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는 여전히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부부는 더 나은 결혼생활을 위해 특히 노력하는 편이다. 둘 다 재혼이라는 점이 그 이유 중 하나다.

둘은 2000년 초에 처음 알게 됐다. 평소 문화예술 쪽에 관심 많던 기수 씨가 삼열 씨 공방을 찾았다가 인연을 맺었다. 몇 달 지나 기수 씨가 광주비엔날레 안내자 역을 자처하면서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그 보답으로 삼열 씨가 밥을 사게 됐고, 둘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서로의 옛 시간까지 더듬을 수 있었다.

기수 씨는 이전부터 아이들을 위해 재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날 대화 자리에서 기수 씨는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결혼식은 2005년 11월 25일 올렸으니, 첫 만남 이후 5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삼열 씨 마음이 재혼과는 거리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수 씨 마음은 꾸준했다. 허리가 좋지 않던 삼열 씨를 위해 전국 곳곳의 병원을 함께 다녔다. 계속해서 '결혼하자' '안 한다'를 두고 긴 시간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결국 삼열 씨도 마음을 바꿨다.

"결혼 결심할 때 경제적 상황 등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인가만 두고 결정했습니다. 결혼 후 남자들이 변한다는 걸 알고 있죠. 이 사람 역시 그랬어요. 그런데 저에게 더 잘하는 사람으로 변했죠."

기수 씨의 아들 둘, 삼열 씨의 딸 하나, 이렇게 5명이 함께하는 가족이 탄생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가족 속에 잘 녹아들었다. 25살 된 딸은 지금도 "아빠 같은 남자 있으면 당장 결혼한다"고 말한다.

"결혼생활이 그렇잖아요. 신혼 재미를 누리기도 전에 아이를 낳게 되면서, 일상에 찌들어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는 아이들 다 키워놓고 만났으니, 10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신혼인 거죠. 계속 노력해서 앞으로도 신혼 같은 결혼생활을 이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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