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 돌 경남문화예술진흥원 (하) 역할 재정립과 발전 과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출범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역할 재정립과 자체 기획사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내 문화계는 진흥원을 새롭게 이끌어갈 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도는 26일 자로 장효익(65) 전 MBC경남 편성국장을 새 원장으로 임용했다. 앞으로 새 원장의 '외치'는 살림살이가 부족한 진흥원의 앞날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

진흥원은 지난해 자체 사업 27건, 수탁 사업 12건을 진행했다. 진흥원의 자체 사업 건수가 수탁사업보다 2배 이상 많다. 하지만 예산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수탁 사업의 사업비는 중앙기금 98억 6400만 원, 도비 22억 7200만 원, 시·군비 9억 6100만 원으로 총 130억 97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체 사업 관련 사업비 23억 7400만 원(중앙기금 8억 3900만 원, 도비 12억 9000만 원, 진흥원 자체 기금 2억 4500만 원)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다.

진흥원의 지난해 기금 규모를 살펴보면 167억 원으로 전국 문화재단과 비교해 중하위 수준이다. 진흥원의 한 해 씀씀이도 전국 문화재단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진흥원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경남도의 예산지원 확대 방안과 기금모금을 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진흥원의 적립기금(2014년 기준 163억 원) 이율은 해마다 낮아져 적립금 이자수입을 통한 진흥원 운영 활성화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원장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진흥원은 문화예술진흥기금 모금 사업을 전개해 후원자를 발굴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운영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유철 경남민예총 부이사장은 "진흥원은 2025년 1000억 원을 기금목표로 삼았다.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며 "경남도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진흥원은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답습문화예술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무현 마산대 교수는 "진흥원이 출범한 지 만 2년을 맞았다. 그동안 원장이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는지 따져야 한다. 또 경남도가 출범 당시 약속했던 출자·출연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화정책은 내부 전문가가, 살림 마련은 원장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조직의 전문성과 유연성 확대도 원장이 안아야 할 과제다.

진흥원은 1국(사무국), 4부(기획관리부, 문화정책부, 문화사업부, 콘텐츠영상사업부), 1센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정규직 20명, 계약직 9명이 이끄는데 타 광역시도의 문화재단과 비교했을 때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결국 업무 과부하, 전문성이 약해지는 조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흥원은 단순히 행정만을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하나의 복합 지원기관이기 때문이다.

천원식 경남전업미술가협회 지회장은 "순수예술가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진흥원과도 소통하기 어렵다. 우리가 애걸복걸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했다.

공병철 경남예총 회장은 "지역문화단체와 예술인과 원활히 소통해 지역 예술인이 보람을 느끼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강동옥 경남민예총 이사장은 "전문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책무"라고 조언했다.

진흥원은 경남도가 추진하는 문화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흥원의 자율적인 사업계획 수립·집행도 합리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문화 전문가가 모인 진흥원이 경남도 하청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기금 규모와 경남도 지원예산이 적고 경남도로부터의 자율성이 부족한 진흥원이 새 수장을 맞아 경남도와의 관계, 각자 역할을 어떻게 정립하고 분담할지 도내 문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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