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사에서도 로비 심심찮게 등장…정치권 로비 사건 결말은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계 로비 사건으로 시끄럽다. 정치는 특성상 로비나 뇌물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 과학기술은 객관적이고 투명한 것이 생명이므로 과학기술계에는 로비나 뇌물 사건이 없을까?

과학자가 조작인 듯한 결과를 발표하고는 의심하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실험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며 슬쩍 넘어가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가? 과학은 객관적인 검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조작이나 발뺌이 어렵고 로비나 뇌물이 연관될 가능성이 작다. 하지만 기업이 과학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전력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1900년대 초, 에디슨과 테슬라는 송전 방식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했다. 에디슨은 직류 송전을 주장했고 테슬라는 교류 송전을 주장했다. 직류가 교류보다 덜 위험하다는 에디슨의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당시는 직류 전력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교류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에디슨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정치가를 상대로 로비를 했다. 처음에는 교류를 사용하기 어렵게 하는 교묘한 법을 만들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시도한 것은 교류를 사용하는 전기의자를 사형집행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로비는 통했고 그 당시 유명한 살인범을 전기의자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사형 집행이 순조롭지 못했다. 에디슨의 말대로라면 교류는 너무 위험해서 감전되면 바로 죽어야 한다. 하지만 사형수는 한 번에 죽지 않았고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몸의 여기저기가 터지고 타면서 처참하게 죽었다.

그 밖에도 에디슨은 여러 가지 로비를 했지만 결국 전력 시스템에는 테슬라가 주장한 교류 방식이 채택되었다. 테슬라의 희생도 역할이 컸다. 테슬라는 교류 송전 방식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특허의 권리를 포기하고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후 전 세계에 교류 전력 시스템이 설치되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FM 방송의 시작도 깨끗하지 않았다. 그 당시는 RCA라는 대기업이 AM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라디오를 파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암스트롱이라는 발명가가 FM 방식을 개발하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AM 방식보다 음질이 훨씬 우수했기 때문에 점점 많은 사람이 FM 라디오를 사서 듣게 되었다.

FM 사업자가 점점 늘어나자 RCA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RCA는 FM에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이 지구의 전리층을 교란한다고 주장했다. 전리층을 교란한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었지만 로비가 통했고 FM 방송은 주파수를 바꿔야 했다.

주파수 변경 때문에 FM 사업자는 모든 고객을 한순간에 잃게 되었다. FM 라디오를 들으려면 라디오를 새 주파수용으로 바꿔야 하는데 새로운 라디오는 개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FM 사업을 하던 중소기업들이 모두 망한 후 RCA는 새로운 주파수의 FM 사업을 시작했다.

암스트롱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발명을 세 가지 했는데 모두 대기업의 벽에 막혀 사업화에 실패했다. FM 라디오의 경우가 세 번째였는데, 결국 견디지 못한 암스트롱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외에도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로비가 연관된 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로비 대부분은 그 당시 상대편에 큰 타격을 주었다. 테슬라는 권리 포기 이후 힘들게 살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고, 암스트롱은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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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은 교류 송전 방식이 채택되었고, FM 방송도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바탕에 과학기술이라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것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정계 로비 사건,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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