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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배까지 들어 왔던 장박교 아래 장박나루

[남강 오백리] (23) 진주시 지수면 청담리~의령군 화정면 상정제~장박교

권영란 기자 kyr65@idomin.com 2015년 04월 24일 금요일

트라이앵글지역이다. 남강 물길이 진주시 지수면 청담리에 닿으면 진주·의령·함안 세 지역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행정상으로 진주시 지수면 청담리, 의령군 화정면 화양리, 함안군 군북면 박곡리가 그것이다.

산들은 멀리 있고 강변 들에서는 봄 농사가 한창이다. 봄 강에는 새 잎 돋듯 새 물이 솟아 밀려오는지 온통 연푸른빛이다. 남강을 가운데 두고 경계지역인 이곳에서는 강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고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건너며 강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을 톺아보고 있다. 낙동강은 100리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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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은 진주 동쪽 끝 고랑마을에 닿았다

진주시 동쪽 끝자락에 닿았다. 지수면 청담리는 남강변에 위치한 마을로 진주·함안·의령 3개 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남강변 청담리 무등마을은 옛 지명이 무듬실이다. 마을 앞에 있는 무듬실들은 경지면적이 110ha나 되는 큰 들인데 현재 청담들이라고도 부른다.

"지금이사 시설하우스도 하고 농사가 잘 되는 들이라 하지만 남강을 끼고 있으니 맨날 물난리였다더만. 제방 맹글고나서부터 좋아진거여."

들에서 만난 마을 주민이 손으로 가리키는 것은 무등마을 앞 남강을 막고 우뚝 선 청담제방이다. 1964년에 처음 제방이 축조됐는데, 지금도 전해지기로는 '밀가루 제방'이라 한다. 공사 당시 원조양곡 밀가루 350t이 지원됐는데, 주민들 인건비로 쓰였다한다. 공사 장비 하나 없이 동네 주민들이 삽 들고 지게 지고 거의 1년에 걸쳐 완공했던 것이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일화가 있다. 완공된 제방을 보러온 미고문관이 "지게라는 장비가 몇 마력이나 되냐"고 물었단다.

장박교 근처에 이르면 지수면 승산리에서 내려온 지수천이 남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장박교는 진주시와 의령군의 경계가 되는 다리이다. 남쪽으로는 남해고속도로가 뻗어있고 그뒤 방어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의령군 화정면과 진주시 지수면의 경계가 되는 장박교.

이곳 강변에 염창마을이 있었다. 1972년 남해고속도로 개설로 철거됐다.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염창은 없어졌어. 지금 한 집인가 남아있제."

이곳에 있던 염창나루는 마을이 없어진 뒤에도 남아있었지만 1990년대 말 장박교가 놓이면서 없어졌다. 고랑마을은 남강에서 200여m 거리에 있다.

고랑마을 또한 염창과 마찬가지로 서쪽 강 건너로는 의령군 화정면 장박마을이 있고 북쪽으로는 함안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고랑마을은 마산·함안 방면에서 진주 쪽으로 들어올 때 관문이 되는 마을이다.

염창-장박나루엔 장박교가 놓이고

"장박교 다리가 생긴 게 20년 정도 됐나…. 그 전에는 배로 댕겼제. 저 건너 염챙이나루에 배가 들어오면 사람들이 줄을 이었제."

장박마을에서 평생을 살았고 몇 년 전까지 이장을 했다는 허남일(75) 아재는 남강을 가운데 두고 마주한 마을에서는 이쪽과 저쪽에 위치한 나루터 이름이 달랐다고 했다. 진주시 지수면 쪽은 염창(염챙이)나루터라 했고, 의령군 화정면 쪽은 장박(장배기)나루터라 했다. 그러다가 서로 섞이어 이쪽저쪽이랄 것도 없이 누구는 염챙이나루라 했다가 누구는 장배기라 했다가 섞어 말하는 게 다반사였다.

장박교를 건너면 진주와 경계를 이루는 마을로, '장배기' '장박'이라 부르는 강변 작은 마을이 있다. 행정상으로 의령군 화정면 화양리 장박마을이다. 마을 앞으로 남강을 두고 산자락을 끼고 자리 잡은 이곳은 한눈에 보기에도 살림이 톡톡해 보인다. 옹기종기 들어앉은 집들 사이 때마침 활짝 핀 노란 유채꽃들 때문일까. 화정면소재지에서 동남쪽으로 10리 거리에 있고 이곳 사람들이 의령읍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강변 유역에 화양제가 떡하니 버티고 있지만 물막이가 안 되던 시절엔 집마당까지 물이 들었다 했다.

"요게? 노다지 물이었제. 화양제 상일제 둑 아래 들을 강지앞들, 둑밑들이라 캤는데 농사 좀 할라치면 물난리가 들어 사람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제. 남강댐 생기고나서 농사 걱정을 덜었제."

허남일 아재는 노란색 안전조끼를 입고 있었다. 강변 모래채취를 위해 대형 차량이 드나들면서 장박마을에서 3㎞ 정도 떨어진 공모마을 사람들 안전지도를 맡아 매일 아침 8시에 거기로 나간다고 했다.

"상정에서부터 나루터가 세 곳이나 있었던기라. 상정 전지미, 장박은 큰 나루터였고 공모마을 앞에도 용봉으로 가는 배가 있었는데 요 마을 사람들끼리 왔다갔다 했던기고. 상정 전지미는 지수면과 화정면을 오가는 지름길이었제. 장박나루야 낙동강에서부터 배가 들어왔으니까."

화정면 관계자에 따르면 육로는 멀고 험하고 오히려 뱃길이 좋았던 시절에는 낙동강과 남강을 이용하여 부산 삼랑진 등에서 이곳 염챙이(염창) 나루로 큰 배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한다. 큰 배가 강 언덕에 줄을 지어 대놓고 있으면 나루터는 때 아닌 시장통이 되었다. 이곳 사람들은 농사 지은 것들을 들고 와 배에 싣고 온 생필품과 바꿔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나루터는 박주지(泊舟地), 장박나루(長泊津)라 했다.

이곳 화정면에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 무, 배추 등 채소 농사를 많이 했다. 지금은 시설하우스 농사로 한몫을 보고 있는데 이곳 수박은 백화점 등으로 납품할 만큼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남강 유역 대부분의 땅이 그런 것처럼 이곳 반 모래땅은 물 공급과 물 빠짐이 좋다. 그런 이유로 수박 당도가 아주 높다는 게 이곳 사람들의 설명이다.

강변 제방은 '남강자전거길'로 닦여

안계나루 강 건너편이다. 옛사람들이 이용하던 나루터와 배가 없으니 장박교를 건너 물길을 거슬러 의령군 화정면 상정리에 왔다. 여기서 다시 물길을 따라 장박교 방향으로 톺아갈 작정이다. 강변 상정제는 남강댐에서부터 시작한 남강자전거길 구간으로 아래 낙동강 방향인 상일제로 이어지고 있다. 남강댐 아래에서 시작한 남강자전거길은 중간중간 절벽을 만나 끊어지기도 하면서 낙동강까지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

상정제 서북쪽에는 화정면에서 흘러온 상정천이 남강에 물길을 보태고 있다. 이곳은 옛 나루터 자리이다. 앵기나루, 안계진(雁溪津)이라 했다. 하지만 이 명칭은 강 건너 지수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고, 이곳 의령군 화정면 사람들은 '전지미나루'라 했다.

남강 국가하천 표지판과 상정제는 자전거전용도로임을 밝히는 표지판. 그 뒤로 2013년 건립한 전지미 유래비가 서있다.

상정제 입구에는 수변공원이 조성돼 강을 마주하고 있는 정자 한 채가 있고 커다란 바위에는 '전지미 유래'가 적혀 있다. 전지미는 아홉 개의 바위로 이뤄진 절벽으로 '전덤'이라고도 했다. 이곳 강가 절벽은 빨래바구, 무지개바구, 시렁바구, 농바구, 홈바구, 아들바구, 장군바구, 깔래바구, 호랑이바구가 있었다 한다. 당시 이곳 절벽에는 '천지부판(天地剖判)' 즉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열려 시작됐다는 뜻이 담긴 표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정면 관계자는 "전지미는 화정면의 상징이다"며 "지난 1995년 지방도 1040호선 확포장 공사할 때 전지미가 많이 훼손됐는데 세월이 지나도 그걸 알 수 있도록 2013년 유래비를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곳 전지미는 경치는 물론이거니와 낚시터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며 "공모마을 앞 배수장과 장박교까지 낙동강 방향 물길을 따라 지금도 낚시꾼들이 줄을 잇고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남강변 아홉 개의 바위 전설을 안고 있는 전지미는 현재 수변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지수면 용봉마을 앞 제방공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주일이 지난 지금도 파헤쳐진 둑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1040호선을 가운데 두고 강변 들판에는 비닐하우스가 가득하고 밭갈이를 끝낸 너른 밭이 펼쳐져 있다. 왼쪽 산자락으로는 물길 흘러가는 방향으로 삼정, 보천, 지곡마을이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어 공모마을이다. 이곳은 면소재지에서는 동남 방향 6km 거리고 읍내까지는 10km쯤 된다. 예전에는 물이 많이 든다고 '고무실'이라 했다는데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진(津·나루터)과 함께 긴 제방이 있었다 한다.

"비오고 난 뒤 땅에는 뭐시든 심으몬 잘 자란다아이가. 봄볕이 하도 따시서 아재랑 나와 공시랑공시랑 일하고 있제."

마을 입구 텃밭에서 삼정띠기(77) 아지매와 아재(77)는 고추모종을 옮기고 있다.

"물난리야 수도 없었제. 대곡에서부터 누런 황톳물이 콸콸 밀려오는데 떠내려오는 것도 좀 많아. 물 빠지고 나면 요게 앞이 쓰레기 천지였제. 쓰레기 치운다고 동네 사람들이 갔다가 못볼 것도 마이 봤제. 제법 쓸 만한 거 줍는 때도 있었고…. 그래도 상구 진주에서 댐을 맹글고 둑도 높이 쌓고 허니 물난리가 없다아이가. 둑에 한 번 나가봐래이."

상정제에서 상일제, 화양제로 이어지는 제방은 진주시 대곡면 대곡리 제방에서도 보았듯이 역시 '남강자전거길'로 닦여 있다. 남강자전거길은 남강댐 아래에서부터 낙동강 방향으로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전지미에서 다시 장박마을로 내려와 장박교 한가운데 섰다. 동남쪽 방향 함안군과 경계가 되는 남강 절벽이 방어산 끝자락을 이고서는 남강 물길을 휘감고 있는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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