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고부가가치 업종' 체질 바꾸면 제2 도약 가능…지난해 99개사 수출액 6.6% 증가

"이미 구시대 유물처럼 인식돼 메리트를 상실했다." 지난 7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마산자유무역지역을 두고 한 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마산자유무역지역 2단계 구조고도화사업이 도비 미지원으로 사업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정광식 도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경남도는 2013년 2단계 구조고도화사업(노후표준공장 재건축사업) 예산분담 협약체결 이후 '1원'도 지원하지 않았다. 홍 지사가 "도비 분담금 설정 자체가 잘못"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마산자유무역지역은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홍 지사 발언 이전에도 마산자유무역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은 갈렸다. 여전히 건재하다는 인식, 국내 첫 외국인투자유치 전용공단으로서 기능은 저하되고 낡은 법규는 그대로인 채 새 건물만 짓는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느냐는 시선이 공존한다.

지역 경제에서 마산자유무역지역은 아직 유효한 곳인가. 2단계 구조고도화사업은 유효한 사업인가 짚어본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은 싼 임대료, 입주 허가에서부터 공장건축허가·외자 도입·통관 등 원스톱 서비스, 인력 수급이 쉬운 도심 산단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하지만 새 건물을 짓는 방법으로 자유무역지역 원래 목적인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마산자유무역지역 전경. /김구연 기자 sajin@

◇노키아 없이도 건재한가 = 노키아TMC(핀란드 노키아 본사가 100% 출자한 노키아 한국법인) 수출 실적에 웃고 울었던 마산자유무역지역은 노키아를 떠나보낸 빈자리가 여전히 크다. 자유무역지역 수출액의 70∼80%를 차지하는 역내 최대 기업이 2014년 4월 폐쇄됐다.

2014년 자유무역지역의 총 수출액은 11억 6000만 달러다. 2015년 3월 현재 2억 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최고 50억 달러 수출액을 달성한 마산자유무역지역을 놓고 사람들은 '침체'를 말한다.

하지만 자유무역지역은 이제는 그만 '노키아'를 빼고 이야기하자고 한다. 노키아가 없이도 103개 입주업체가 국내 대표적 산업단지보다 높은 생산성과 수출액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원장 류금렬)은 "마산자유무역지역과 전국 대표적 산업단지의 2014년 수출 등 실적을 비교해 보면 마산자유무역지역의 단위면적(1000㎡)당 수출은 122만 달러로 전국 41개 국가산업단지 평균(46만 달러)에 비해 2.7배 높다"고 말했다.

전국 18개 외국인 투자지역 평균(22만 달러)보다도 마산자유무역지역 수출이 5.7배 높다. 특히 역내 3호 동 입주기업은 인근 창원공단에 비해 단위면적당 수출이 약 6배로, 좁은 면적에 견주면 단지 효율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노키아TMC가 폐쇄된 2014년에도 노키아와 한국성전을 제외한 99개사 수출액은 6.6% 증가했기 때문에 단순히 전체 수출액만 놓고 '침체했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없다? = 지난해 10월 창원상의 경제연구포럼이 주최한 '마산자유무역지역 기업지원 효율화 방안' 토론회에서 마산자유무역지역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마산자유무역지역이 가진 수출 특화 지원책은 각종 관세 특혜제도와 FTA 발효 등으로 더는 기업 유치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는 홍 지사도 같은 생각이다. 홍 지사는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산업기반시설이 낡고 대외 여건이 변해 외국인 투자 유치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자유무역지역 내 외국인 투자기업은 59개사(57.3%), 내국인 기업 44개사(42.7%)이다. 투자국은 일본이 35개사 8460만 달러(44.7%)로 외국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자유무역지역 입주 자격을 기존 '수출 비중 50% 이상'에서 예외적으로 중소기업은 '수출 비중 30% 이상', 중견 기업은 '수출 비중 40%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를 놓고도 외국인 투자기업 유치가 관건인데 실제로 국내기업 유치가 쉽게 이루어지고 있어 제 기능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도심 한가운데 있는 기업단지라는 큰 메리트에도 외국인 투자 유치가 저조하다는 것은 건물 노후 외에도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다"며 "외국인이 내수시장, 원자재 구입 편의, 인건비 등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복합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철새 같은 외국인 투자기업을 새 건물을 짓는 방법으로 유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역경제에서 아직 유효한 곳인가 = 마산자유무역지역의 싼 임대료와 입주허가에서부터 공장건축허가·외자도입·통관 등 원스톱 서비스, 인력 수급이 쉬운 도심 산단이라는 점은 많은 기업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7월 관리원이 노키아TMC 철수에 따른 여유공간에 대해 공개 모집한 결과 8개사가 입주를 신청했다. 수출성, 생산성, 기술성, 고용성 등 평가지표에 따라 최고 점수를 받은 ㈜센트랄이 선정됐다. 아직도 도내 많은 기업이 마산자유무역지역으로 입주하길 원한다.

조우성 경남도의회 부의장은 "국내 기업이 다소 많지만 규약에 준해 위반업체는 없다. 이미 건실한 외국 투자기업도 좋지만 미래 성장성이 있는 국내 기업이 들어와 외자를 유치하는 곳으로 활용돼도 좋다"고 말했다. 거기에 구조고도화 사업과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마땅히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금렬 관리원장 역시 "마산자유무역지역은 경소단박(가볍고 작고 짧고 얇은)한 고부가가치 업종이 적합하다. 규정에 준하는 범위에서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이 있는 기업 유치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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