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으로 Classic이라는 말은 고전음악 또는 가치가 있는 최상의 음악, 최고의 음악이란 뜻을 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은 일반적으로 과거에는 그 의미대로 신을 위한 종교음악, 또는 최고의 상류층들만을 위한 음악이 주를 이루었다. 오랜 학습과 음악적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일반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평민들에게 음악은 상류사회로 가기 위한 출세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또 부를 축적한 평민들은 음악을 하나의 과시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때문에 역사적으로 음악가들의 생활은 권력과 부유한 사람들 나아가 사회구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구조의 변화와 경제의 성장, 시민계급의 성장은 상류사회의 전유물이었던 클래식도 점차 일반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전파되었다. 특히 유럽의 식민 침략의 역사와 함께 유럽의 클래식은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유럽전통의 클래식 음악은 세계적인 음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은 누구나 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인터넷 음원 서비스를 비롯하여 음반매장에 있는 수많은 클래식 음반과 영상물들을 통해 누구나 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각종 클래식 음악들을 스마트폰의 다양한 어플들을 사용하여 많은 음악적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고 클래식에 대한 기초 교양 안내서적들도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정보와 그것을 접할 기회는 많아졌는데도 불구하고 클래식에 대한 비호감은 오히려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은 무엇 때문일까?

아니 이전에 비해 클래식 음악 수요층의 양극화가 두드러진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악계에 있어서도 이전에 비해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경로는 매우 다양해지고, 쉬워졌으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회는 많아졌지만 그 수준을 담보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짜증나는 음악, 지루하고 불편한 음악으로 여기는 이들이 이전에 비하여 훨씬 더 많아졌다. 특히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은 감성적인 대중음악, 대중문화에 늘 젖어있어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싫어하는 반응을 많이 보이고 있다.

때문에 얼마 전부터 클래식계에서는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청중 수준에 음악을 맞춰 수십 년간 갈고 닦은 음악이 아닌 음악가의 입장에서 볼 때 대중적인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례로 오늘날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지고 있는 국공립 시립 예술단체들은 좀 더 쉽고 효과적으로 관중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연주를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은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낮춰져 연주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더 큰 문제는 관련 공무원들은 연주 후 시민의 반응에 많이 집착하게 되다보니 예술의 본질은 사라지고 성과위주의 공연만 만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클래식 음악계에 국한된 일은 아닌 듯하다. 전반적인 문화예술계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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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가난과 어두웠던 시대 상황에서 문화예술까지 논하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동안 경제성장에만 집착해 온 우리는 우리의 생활 모습들을 돌아 볼 때 배고픔은 면했지만 문화예술의 가치를 잊은 채 물질만능주의에 둘러싸이게 된 것이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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